시베리아 팔도도시락, 중남미 믹스커피, 베트남 초코파이

▲ 파리바게뜨 프랑스 파리 1호점(샤틀레점)

“코팡은 부드럽고 달콤하며, 언제 먹어도 좋다. 아이와 어른까지 즐길 수 있다. 특히 소보로빵은 입안에서 매우 좋은 맛과 식감이 느껴지는 대단한 제품이다”

26일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에 따르면, 프랑스 제1의 제과·제빵 교육기관 ‘국립제과학교’(ENSP)의 전작 교장 쟈카리 벤카드라씨는 파리바게뜨 파리점의 코팡(다양한 앙금의 빵)과 소보로빵 등에 대해 이렇게 호평했다.

이처럼 각 제품의 ‘본고장’, ‘종주국’이라고 할만한 나라에 진출, 현지 소비자와 전문가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는 한국 상품과 서비스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 ‘해외 대박’ 사례들의 공통점은 수준 높은 품질 관리와 끊임없는 ‘현지화’ 노력이다.

더구나 최근 중국이 한반도 사드(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빌미로 한국 상품·서비스에 대한 무차별적 보복에 나선 상황에서 ‘중국 외 수출 시장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 빵·라면·커피·과자·마시는 식초…본고장 주름잡는 한국브랜드

SPC의 파리바게뜨는 ‘바게트의 나라’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지난 2014년 7월 첫 매장을 열었다. 1988년 한국에서 ‘프랑스풍의 정통 베이커리’를 표방하며 사업을 시작한 지 26년 만에 모방의 대상이었던 파리 본토에 상륙한 것이다.

1호점의 성공에 힘입어, 2015년에는 파리 오페라 지역에 2호점도 열었다.

쟈카리 벤카드라 전 교장은 파리바게뜨의 단골 유명인 가운데 한 명으로, 파리점을 “매장의 색상, 인테리어, 장식 등도 매우 좋아 휴식을 취하기 좋은 장소이고, 무엇보다 제품의 질이 좋아 들어오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극찬했다는 게 SPC의 전언이다.

‘나의 장미빛 인생’ 등의 영화에 출연한 현지 유명배우 미셸 라로크는 파리바게뜨 오페라점에 자주 들른다.

오페라점에 근무하는 실비 씨는 “미셸은 오페라점이 입점한 건물에 살고 있어 바게트와 디저트류를 자주 구매하는 단골”이라며 “여름 디저트인 빙수도 자주 사 간다”고 전했다.

빵 중심 음식문화의 또 다른 대표 국가인 미국에서도 파리바게뜨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 2월 21일 미국 캘리포니아 엔시노(Encino) 지역 파리바게뜨 개점 당일 매장 앞은 장사진을 이뤘다. 80% 이상의 손님은 샐러드와 패스츄리를 찾는 백인이었다.

한국 라면은 ‘라면 종주국’ 일본 시장에서 당당하게 뿌리를 내렸다.

농심에 따르면 일본 현지 법인 농심 재팬의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33%나 늘었다. 농심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지난 1981년 도쿄(東京) 사무실을 연지 37년여 만에 일본인들로부터 ‘한국 라면의 맛’을 인정받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해마다 4월 10일을 신라면의 날로 정해 행사를 진행하는데, 지난해 참석한 유명 개그맨 팀들이 ’맛있다!‘를 연발하면서 신라면을 먹었다”고 전했다.

일본 뿐 아니라 신라면은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 아레나스, 네팔, 동티모르, 캄보디아 등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팔도의 용기면 ‘도시락’은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제품이다. 지난 30년간 해외에서 44억 개가 판매돼 국내 판매량(6억 개)보다 7배 이상 더 많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국민 식품’으로 통한다.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 판매가 늘어 현재 러시아에서 2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시베리아 지방의 매서운 추위를 달래줄 수 있는 먹거리로 인식되면서 러시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도시락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이용자들의 철도여행 필수품목으로도 알려졌다.

한국 과자류도 동남아 등에서 질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리온의 겨우 2015년 상반기 베트남에서 누적 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베트남 진출 11년 만에 연 매출 2천억 원을 넘었다. 이 가운데 초코파이 매출만 700억 원에 달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는 베트남 파이 시장에서 58% 점유율을 차지하며 ’국민 파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현재 베트남에서 초코파이는 제사상에도 오를 정도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 역시 음용식초(마시는 식초)의 본고장인 일본 시장에서 ‘쁘띠첼 미초’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섰다.

식초를 물에 타 먹는 음식문화가 우리나라보다 발달한 일본의 음용식초 시장 규모는 약 900억 원으로, 한국 시장의 두 배 이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제일제당의 설명이다.

한국맥널티는 커피 본고장인 중남미에서 ‘커피믹스’로 돌풍을 일으켰다. 중남미에서 커피콩(원두)을 들여와 이를 커피믹스로 가공한 뒤 다시 수출하는데, 2015년 커피 원산지 칠레에 60만 잔 분량의 커피믹스를 수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롯데칠성음료 ‘레쓰비’ 역시 러시아에서 ‘국민 캔커피’로 자리잡고 있다. 레쓰비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약 44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러시아의 추운 날씨에 맞춘 온장고 지원 등의 마케팅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 철저히 그 나라 기호에 맞춘다…‘현지화’가 살 길

이들의 성공 비결은 높은 품질과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춘 ‘현지화’ 작업이다.

파리바게뜨 파리 1호점(샤틀레점)은 현지인의 점심을 겨냥, 바게트 샌드위치·샐러드·음료·디저트 등을 묶은 일종의 세트 메뉴 ‘포뮬(Formule)’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또 늦은 오후 시간에도 저녁 식사나 다음날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현지인들이 바게트를 많이 찾는 점에 착안, 샤틀레점의 바게트는 ‘프리미엄 아티잔 불랑제리(Premium Artisan Boulangerie)’ 컨셉에 따라 모두 현지 제빵 장인들이 직접 만들고 있다.

이 밖에도 파리바게뜨 중국 상하이점은 중국인들의 기호에 맞춰 빵 위에 다진 고기를 얹은 ‘육송빵’을, 싱가포르에서는 단단한 빵보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빵을 선호하는 현지인들의 입맛에 따라 포카차, 깔조네 등 다양한 조리 빵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에도 해외에 진출한 한국 유통업체들과 손잡고 치밀한 ‘현지화’ 기획으로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많다.

CJ오쇼핑의 자회사 ‘CJ IMC’는 2011년 중소기업 ㈜홈파워에 ‘빨래 건조대’ 상품의 인도 수출을 권했다. 인도에서는 몬순 기후 탓에 3개월 내내 비가 내리는 데다 세탁기 보급률이 낮아 탈수하지 않은 큰 빨랫감을 그대로 말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조대’ 수요가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 결과 2010년 말부터 인도 현지 ‘샵CJ’를 통해 소개된 ㈜홈파워 빨래건조대는 2011년 한 해에만 8만 개가 팔려나갔고 CJ오쇼핑은 기후가 비슷한 동남아 시장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했다.

압력밥솥에서 프라이팬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던 PN풍년은 우리나라 평균 프라이팬 크기(직경 28㎝)보다 작은 직경 26㎝짜리 프라이팬으로 인도 수출길을 뚫었다. 인도에서는 밀가루에 물을 섞어 반죽한 뒤 프라이팬으로 조리하는 ‘차파티’라는 요리를 즐기는데, 이 요리에 가장 적합한 프라이팬 크기를 고려한 것이었다. 색상도 인도 주부들이 좋아하는 주황색을 프라이팬에 입혔다.

대만 TV홈쇼핑 시장 점유율 1위인 롯데홈쇼핑은 볼륨펌프 헤어뽕, 샤이니 고데기, 태양 볼류밍 에센스, 잘모이 타조백, 아가타 파운데이션 팩트 등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적극적으로 대만에 소개해 최근 5년간 70억 원어치 이상을 팔았다.

특히 ‘볼륨펌프 헤어뽕’의 경우 정수리 부분이 납작하고, 옆 부분이 튀어나온 한국인의 두상 특성을 보완하기 위한 제품인데, 비슷한 고민을 가진 대만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재료를 갈지 않고 짜는 방식으로 원액 주스를 만드는 ‘휴롬’ 주스기도 해외 ‘웰빙’족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사례다. 휴롬은 미국, 인도, 일본 등 해외 85개국에 진출, 매출 가운데 80% 이상을 수출에서 벌고 있다. 명실상부 전 세계 원액기 시장 점유율 1위(40%)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드 보복 사태로 중국 외 지역에 대한 수출 다각화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한국 제품의 높은 품질에 현지화 작업만 성공적으로 더해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