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활성화 조건­다목적 대강당

▲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팔십을 넘으면 못할 말이 없어야 한다’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가 나이 든 사람이 취할 처신을 두고 한 말이다. 경륜을 쌓았으면 대의를 위한 말은 주저없이 하라는 뜻일 게다. 우리 포럼은 10년 세월을 울산시립미술관 문제에 매달려 보냈다. 사양화되어가는 산업도시에 미술관을 만들어 지역경제를 살릴 길은 없을까? 하는 숙제였다. 그 답이 ‘관람객이 많은 미술관’이다. 유명미술관이 있는 도시들은 모두 미술관을 관광자원화해서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다. 얼마 전 발표한 시의 구상을 보자. 개관까지 3년간 150억 예산으로 소장작품 구입과 ‘첨단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현대미술관’이 콘셉트라 했다. 시민들은 추상적 설명이 아닌 실체적 특화미술관계획을 알고 싶어 한다. 건축설계공모가 끝나고 최종보고서까지 끝난 이제 와서 우리포럼의 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울산현실이 한스럽다.

이 사업은 어느 개인의 사업이 아니다. 공장 몇개 유치보다 더한 신산업 동력이 될 프로젝트이고, 미술관이 핵이 되어 산업도시가 문화관광도시로 대변혁의 꿈을 안은 시민숙원 사업이다. 그렇다면 시민참여는 당연한 것인데 어쩌자고 시민단체를 이토록 철저히 외면하고 몇 사람만의 머리로 여기까지 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이 행정담당 몇 사람이 주물러도 될 사안인가? 우리 포럼은 딴지나 거는 조직이 아니다. 언제 떠날지 모를 임시고용실무자와 순환보직으로 3년마다 바뀌는 공무원의 사고(思考)가, 오직 고향발전에만 몰입된 시민단체 열정에 어찌 비하랴. 우리그룹에는 외부사람들이 많다.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울산출신들과 국제적 명성을 가진 여러 분야 인사들이 울산을 위해 자문역을 해주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자기 경비로 현장을 방문하고 자료를 얻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낙후된 도시에 문화를 접목시킨 결과를 보기위해서다.

▲ 피츠버그 카네기 미술관 공룡 조형물.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던 관광은 구도심에서 이루어진다. 울산미술관 부지는 오픈에어 뮤지엄(야외 박물관) 개념까지 구현될 지역이다. 피츠버그 카네기미술관 옆에는 건물높이 만한 대형 공룡모형을 세워두었다. 공룡에 흥미를 갖는 유치원시기부터 미술관에 발길을 돌리도록 연구했다. 별실에 공룡모형을 전시해 두고 통로는 자연히 미술관으로 이어지게 했다. 울산은 구 기상대 건물이 그런 어린이 미술교실 만드는데 안성맞춤이다. 또한 도심에서 산사의 사찰을 볼 수 있다. 해남사다. 더 올라가면 한국최고의 아름다운 단청을 볼 수 있는 백양사도 있다. 이처럼 그 지역문화자원이 한곳에 집중되어 다양한 볼거리와 담론이 있는 곳은 울산 외는 전국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부지에 있는 관광자원이 자꾸 없어지고 있다. 보물처럼 활용되었을 울산초등학교가 철거되고, 융성했던 80년대의 유일한 문화자산인 도서관마저 철거위기에 놓였다. 울산의 식자들은 문화자산 가치를 몰라서 침묵하는 것일까? 이 모두 행정의 독단에서 오는 비극이다.

미술관은 외관미로 끝나는 조형물이 아니다. 내용이 생명이다. 우리포럼은 하루에 1000명 이상 모을 미술관을 목표로 10년을 고심했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혁신을 못하면 하나마나한 미술관이 되고 말것이다. 세계명화전시관 조성은 울산을 살린다는 신념이다. 명화감상교육이 전국적 관심사가 되면 학생들은 고등학교졸업때 까지 문화소양을 갖추기 위해서도 울산미술관을 찾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필요한 것이 대형 강당이다. 이것은 미술관 활성화 조건이 된다. 다목적강당 문제는 미술관 계획이 시작될 때부터 제기된 시민요구사항이다. 기왕 들이는 예산을 미술활동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낮에는 미술활동, 밤에는 음악회와 무대공연, 그외 각종 회의와 이벤트를 수용할 공간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미술관도 살고 지역경제도 산다. 그러려면 최소한 시청 대강당형태의 700석 정도는 돼야 다목적 공간으로서 효율적인 구실을 할 수 있다.

늦었지만 결정권자의 결심만 서면 도서관도 살리고 대강당도 만들 수 있다. 설계는 아직 수정보완이 가능한 시점이다. 포르투갈 코아 계곡은 댐 건설 중에 암각화가 발견돼 정부는 댐 공사를 중단하고 수몰 위기에 처한 암각화를 보존하게 되었다.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관광자원이 되어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다. 울산은 수억원으로 설계까지 마친 축구장의 유스호스텔 계획을 결정권자의 의지로 백지화시킨 예가 있다. 그런 결단력만 있으면 공간배치 재계획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