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군 “참사, IS 기획한 부비트랩·차량폭탄 탓”

“동맹군, 느슨해진 폭격 통제가 오폭 불러” 지적도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의 오폭에 따른 이라크 모술 서부 민간인 사망자가 애초 알려진 200여 명이 아니라 500명이 넘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동 전문매체 뉴 아랍은 26일(현지시간) 이라크 구조 당국 관리들을 인용해 오폭으로 사망한 모술 민간인 수가 511명이며 이 가운데 15세 이하 어린이가 187명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한 관리는 현재까지 시신 511구가 수습됐다면서 폭격으로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이 중 200여 구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폭격 지점에서 수백m 떨어진 곳까지 사망자가 생겨 인명 피해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이라크 당국은 전망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국제동맹군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기를 폭격에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살림 알주부리 이라크 의회 의장은 25일 국제동맹군의 오폭에 대해 “매우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며 “대규모 민간인 사망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동맹군은 25일 낸 성명에서 “공습자료를 살펴본 결과, 지난 17일 이라크 군경의 요청에 따라 IS 조직원과 장비를 공습한 모술의 서부 지역이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지역과 일치한다”면서 오폭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슬람국가(IS) 공습을 지휘하는 미 중부사령부도 25일 성명을 통해 “끔찍한 이번 비극의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민간인 피해를 피하는 특단의 대책을 계속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동맹군 참여국 가운데 해당 지역을 폭격한 곳이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제동맹군의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를 집계·분석하는 독립 매체 에어워즈의 자료에 따르면 이달 17일 모술 서부를 폭격한 곳은 영국 공군이다.

이라크군은 국제동맹군의 공습이 아닌 IS의 ‘인간방패 전술’로 인해 참사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IS가 폭발이 있었던 건물들에 부비트랩(건드리면 폭발하도록 만든 간단한 장치)을 설치한 후, 주민들을 건물들의 지하실로 몰아넣었다는 얘기다.

이후 이곳에서 국제연합군과 교전을 벌이다가, 이라크군이 다가오자 차량폭탄을 이용해 이곳을 폭발했다는 것이 이라크군의 주장이다.

이라크군은 “전문가팀이 현장을 조사한 결과 잔해 사이에서 폭발물 흔적과 차량폭탄 기폭장치를 발견했지만, 공습 피해로 여겨질 만한 것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습으로 아내와 세 자녀를 잃은 무하네드 사니어는 “IS가 가족들을 지하실로 몰아넣은 후, 공습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붕에 올라가 교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반면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느슨해진 폭격 통제가 오폭을 불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취재한 한 이라크군 장교는 “국제동맹군은 무자비했다”며 지금까지 공습 요청을 하면 모술 외부에 있는 지휘 센터의 검토를 거쳐 공습이 단행됐으나, 최근에는 중대를 관할하는 소령에 의해 공습 허가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다른 이라크군 장교는 “IS를 모술 서부에서 쫓아내려는 작전이 시행된 후 공습의 강도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미군은 이에 대해 “이라크군이 전투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적시에 공습을 단행하기 위해 일부 공습의 허가 권한을 현장 사령관들에게 위임했다”면서도 “모든 공습은 동일한 검토 절차를 거쳐야 했으며, 공습 허가는 국제동맹군 사령관과 이라크군 사령관에 의해 내려졌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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