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첫 여성 지도자가 탄생한데 대해 대만언론 매체들이 자국의 첫 여성 지도자 차이잉원(蔡英文·60) 총통과 연봉·학력·체제 등을 대비시키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연합보(聯合報) 등은 27일 캐리 람(林鄭月娥·59) 전 홍콩 정무사장(총리격)의 행정장관 당선으로 차이 총통과 함께 아시아 지역에 또다른 여성지도자가 등장했다면서 둘의 차이를 비교했다.

대만 언론은 우선 차이 총통의 연봉이 642만 8000대만달러(2억 3600만 원)로, 나이가 한살 적은 람 당선인 연봉인 400만 홍콩달러(5억 7372만 원)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화 기준으로 홍콩(4만 4300달러)과 대만(2만 2500달러)의 1인당 소득 격차보다 더 크다.

두 여성 지도자들이 모두 명문대 출신이란 점은 공통점으로 꼽혔다.

차이 총통은 대만 최고의 명문인 대만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와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 법학 박사를 취득했다.

람 당선인은 홍콩대 사회과학과를 졸업하고나서 영국 정부의 지원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단기 연수를 했다.

결혼 여부는 다른 점으로 지적됐다.

차이 총통은 결혼하지 않았고, 람 당선인은 결혼해 영국 국적의 남편과 두 아들이 있다.

연합보는 차이 총통이 민의에 따라 선출된 군 통수권자로 외교권을 갖고 있는 반면 람 당선인은 외교·군사적 실권 없이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건 현격히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람 당선인이 ‘시부모(중국)’를 모시고 있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대만엔 일중각표(一中各表·‘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 홍콩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들이밀고 있다.

연합보는 아울러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이뤄진 대만이 마을 이장부터 총통까지 직선 투표로 이뤄지는 반면 이른바 ‘체육관 선거’로 행정수반을 뽑는 홍콩의 간접선거제도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만 야당인 시대역량은 “홍콩 인구 700만 명 가운데 1194명만이 투표권을 행사한 이번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민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캐리 람의 당선은 중국이 홍콩 민주자치를 간섭하고 홍콩인의 정치권리를 탄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 홍콩우의협회 이사장인 장우웨(張五岳) 단장(淡江)대 대륙연구소 교수는 “이번 선거로 중국이 일국양제 가운데 ‘하나의 중국’을 ‘두 체제’의 가치보다 우위에 두고 있음을 재확인시켰다”고 말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홍콩 주권반환 이후 처음으로 경선상대보다 여론지지도가 낮은 후보가 행정장관에 당선됐다.

람 행정장관이 ‘허니문 기간’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홍콩 중문대 정치행정학과 차이즈창(蔡子强) 교수의 전망을 전했다.

대만 정부는 람 당선인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도 홍콩을 매개로 양안관계를 개선할 뜻을 내비쳤다.

대만은 지난해 5월 차이잉원 정부 출범 후 중국과 공식교류채널이 끊어진 상태다.

대만내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는 “대만은 홍콩과 교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대만과 홍콩이 계속 상호 이익의 태도로 실질적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자 소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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