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술관의 재인식- 명화교육관

▲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4차 산업혁명시대 미술관은 어떤 콘셉트로 변해야 특화가 될까? 세계 모든 미술관의 운영초점은 ‘활성화’다. 미술관은 순수예술지향이 절대가치지만, 시립은 특정한 주제로 운영하는 개인이나 법인의 성격과는 다르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미술관은 어느 한 장르에 치우칠 수 없다. 미술전체를 아울러야 할 조건이라면 답은 오히려 쉬워진다. 학교시설로서 부족한 교육소재와 장소제공이 우선이면 된다. 시대를 앞서갈 실험적 현대작품 전시공간과 유년기부터 배울 세계명화교육관을 함께 갖추자는 것이다. 그림그리기의 동기유발은 명화에 감동하고, 호기심으로 모작하고, 그런 다음에 독립된 자기사상을 표현하게 된다. 나는 피카소의 대표작 ‘게르니카’를 처음 봤을 때, 대형작품에 압도돼 머리로 생각하는 감탄이 먼저였지 가슴으로 느끼는 감동은 그다음이었다. 비사실 작품이기 때문이다.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도 양민학살의 잔학상을 전달하는 데는 고야의 구상작품 ‘1808년 5월3일’에는 미치지 못했다. 피카소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모방하면서 자기그림을 창작해 갔다. 고야도 그랬다. 그들의 성장은 자기고향에 ‘프라도’라는 미술장소와 교육소제 명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르네상스부터 후기인상파까지의 명화에는 설화, 신화, 역사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성화를 통해 윤리와 권선징악의 교훈을 얻는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청소년들이 명화를 보고 인성을 키울 기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명화에는 감동이 있다. 그래서 미술관은 평생을 드나들게 된다.

▲ 프란시스 고야 '1808년 5월 3일의 처형'. 파블로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파블로 피카소의 대표작 '게르니카'(왼쪽 부터)

경주 통일전에는 백제의 계백장군과 신라소년 화랑 관창이야기가 있는 전장(戰場)그림이 있다. 오승우의 1977년 작품이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그림 앞에 서면 숙연해 진다. 장군의 인간애와 소년의 애국심을 보기 때문이다. 울산은 흥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공단건설과정의 실화(實話)를 소재로 한국민족의 자부심이 될 만한 그림 몇 점이라도 만들면 어떨까? 그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것이 관광꺼리고 특화전략이다. 우리학생들은 기껏해야 종이에 인쇄된 작은 그림을 보고 미술사를 배운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려면 원작에 버금가는 화질과 크기로 복제명화 교육관을 만들 수밖에 없다. 세계각지에 있는 명화들은 평생가도 다 못본다. 그 그림들을 한 곳에 모아 보자는 거다. 목적을 위한 수단을 특화로 보면 된다. 미술관의 그림은 원작이 원칙이지만 때로는 복제화가 대신한다. 세계 유명 미술관들은 소장그림을 다른 미술관에 대여했을 때나, 너무 오랜 전시로 작품손상 점검이 필요할 때는 부득이 복제화를 대신 건다.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 복제화는 관람자의 눈으로는 진위가 구별 안 된다. 지금은 지클레이(Giclee-캔버스 프린팅)작업으로 명화복제 전시에 탄력을 받는 시대다. 미술관을 특화하기에 이토록 좋은 때가 없다. 유영국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는 구글에서 제공한 키오스크 화면으로 누구든지 작가의 그림을 확대시키면서 페인팅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구글 아트프로젝트는 전 세계 미술관의 명화를 초고해상 카메라로 제작해 인터넷 모니터로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했다. 미디어 수용, 작품해설과 분석, 동영상 연출, 그리고 복제화가 불가능한 오랑주리 미술관의 모네 ‘수련’같은 대형작품 구현 등 미술관의 대형 강당은 이제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다.

▲ 오랑주리 미술관 모네의 '수련'

소장품 구입을 서두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도쿄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전시관이 없다. 한 도시 안에 미술관이 많으니 오히려 그런 운영이 특화다. 우리는 그럴 수 없다. 후발미술관이지만 한국 최고의 한국화소장 전시관(전통한국화)을 만들 수 있다, 개관까지 충분하다. 적은 예산으로 가능한 좋은 기회다. 국민의 주거패턴이 아파트로 바뀐 후 한국화는 서양화에 밀려 모두 뒷전으로 수장(收藏)된 상태다. 한국이기 때문에 한국화전시관은 반드시 필요하고 울산을 찾는 외국관광객을 위해서도 큰 의미가 있다. 우리포럼은 관람객이 많을 때를 대비해 재미있는 대기실(울산관광 홍보관)운영 프로그램까지 연구했다. 새집을 짓는 가족으로서 ‘미술관활성화’를 위해서다. (1)기획 전시관 (2)복제명화 전시관 (3)한국화 전시관 (4)다목적 강당 (5)울산홍보관(대기실) 공간구성을 제안한다. 뉴욕 ‘하이라인파크’는 40년간 버려진 땅을 행정과 시민의 소통으로 살린 예다. 전 세계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현장을 찾아가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우리도 국제적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미술교육의 혁명적 시도를 울산이 먼저 하면 된다.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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