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울산문화예술회관

▲ 예술문화를 이끌어 가는 울산문예회관은 도시의 중앙에서 시민들과 함께 숨 쉬고 있다.

동쪽 문화공원과 연계해
‘예술이 숨 쉬는 길’ 생기고
동남쪽에는 ‘왕생이 길’ 준공
주변의 건물·명칭은 미래에 영향
문예회관의 미래 밝다고 볼 수 있어
강에서 일어나는 ‘태화’ 기운이
번영한다는 도로를 통해 영향 주고
공업탑에 있는 여신상 조형물에서
자유·번영의 혼이 문예회관에 전달
울산문화에 끼를 더해 창의적 발전

필자는 1988년에 울산으로 이주해 왔다. 필자가 기억하는 과거 울산은 공업도시의 전형이었다. 그 때의 울산 이미지는 공단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불꽃, 공장에서 들리는 쇠 망치소리, 시계(視界)를 흐리게 하는 공기, 매캐한 냄새가 많이 나는 도시였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흘렀다. 지금의 울산은 세월만큼 많이 달라졌다. 태화강 물과 하늘의 공기는 맑아졌고 인구가 밀집한 고층건물이 늘어났으며 공업도시라는 고정인식에서 벗어나 환경도시라는 타이틀까지 갖게 됐다. 그 중 울산이 문화예술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된 데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한 수많은 역사문화유산이 작용했겠지만 울산의 예술활동을 홍보하고 널리 알리는데는 울산문화예술회관의 역할도 매우 컸다.

울산문예회관은 울산 남구 번영로 200번지에 있다. 전체 면적은 약 9만㎡ 부지에 이른다. 건축물은 1990년도에 착공해 1995년도에 완공했다. 이 건물은 함월산, 돋질산, 신선산, 삼호산으로 둘러싸인 울산 도심 중에서도 가장 중앙에 입지한다. 세계 속의 창조적 문화도시 울산구현을 운영목표로 문화 복지실현을 추구하면서 전시관, 대공연장, 소공연장, 야외공연장 등의 건물과 어울리는 조산(造山)으로 구성 돼 있다. 넓은 면적의 동쪽 조경공간은 산속 숲을 느끼게 하는 도심의 허파기능까지 담당한다. 정화된 공기는 미래적 기운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며, 붓의 필력으로 표현되는 문수산 문필(文筆) 기운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십리대숲을 품은 태화강의 물 흐름 정기가 서로 어우러져 시민들의 문화예술 혼을 성숙시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 대숲 바람 보금자리 야외공연장.

울산도심은 산으로 둘러싸여 기운을 담아 놓은 둥근 그릇 형태의 분지로 돼 있다.

필자는 ‘울산광역시 풍수지리적 해석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울산 남구 도심에 대해 기술한 바 있다. 울산 남구는 한반도 호랑이 형상의 여성적 기운이 머무는 공간으로 무룡산의 남성적 기운과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장소로 해석된다. 여성적 공간의 특징은 부드러움이 만들어내는 조화균형의 공간이다. 또 새로운 개체의 생산 및 소비적 공간,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문화예술의 미적공간으로도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풍수지리 환포형국으로 이루어진 지형에서 생기 기운이 중앙지점으로 모이는 혈(穴) 공간은 성장하는 발복(發福) 운(運)이 가장 왕성한 공간이다. 그리고 중심점으로 모여진 기(氣) 에너지의 역할은 사방으로 나눠주고 반대로 영향을 받기도 하면서 파장의 본질을 규모면에서 다양화, 거대화, 고급화 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심의 혈 가장자리에 위치한 울산문예회관은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일을 더욱 명확하게 이룰 수 있다.

2012년 10월 울산문예회관의 수구(水口) 역할을 하는 동쪽에 달동문화공원과 연계해 여러가지 예술조형물을 설치한 ‘예술이 숨 쉬는 길’이 생겼다. 그 이후 2016년 10월에는 동남쪽으로 ‘모든 이가 명장의 기를 받아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길 기원하며…’라는 명장의 산책로, 왕생이 길이 준공됐다. 그리고 앞쪽으로는 40m 이상 되는 넓은 길, 번영로가 있다. 풍수적 인과론에 근거하면 주변의 환경으로 존재하는 건물이나 지명의 명칭 역할은 혈 자리의 미래 방향성을 의미하는 뜻으로도 해석되기에 울산문예회관의 미래성은 밝다고 할 수 있다.

▲ 동쪽 조경공간으로 명당기운을 유지하는 숲과 조산(造山) 비보 형태이다.

울산문예회관을 번창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기운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강에서 일어나는 태화(太和)라는 기운이 번영을 의미하는 큰 도로를 통해 울산문예회관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또 다른 하나는 공업탑과 이어지는 대로를 따라 탑의 일부분인 여인상 조형물이 나타내는 자유의 기운이다. 이들 기운은 문화예술을 추구하는 자유와 번영의 혼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기운이 울산문예회관이라는 한 장소에서 만나게 되면 울산의 문화예술은 한층 더 끼(氣)를 더해 창의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음악, 미술, 서예, 조형, 설치, 연극, 춤 등 울산문예회관에서 치러지는 각종 문화예술은 전국단위 행사가 많다. 그리고 세계적인 전시 및 공연을 많이 초대함으로서 창조문화도시의 시민수준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강상구 대왕풍수지리연구소장·풍수공학박사

그렇지만 한번쯤 새겨보아야 할 점도 있다. 울산문예회관을 축으로 하는 도심의 평지는 만월형(滿月形)이다. 달은 보름달로 커진 뒤 이후에는 기울 수밖에 없는 이치다. 보름 달 기운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보 행위로서 돋질산 정상에 바다와 산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누각을 지어 달을 걸어 잡아두어야 한다. 그 같은 바람을 이뤄줄 수 있도록 누각의 이름을 월괘루(月掛樓)라 지으면 어떨까? 한 가지 더 바라는 점은 2·3전시장의 천장 높이가 너무 낮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설계를 변경해 개방형 천정으로 바꿔주면 좋겠다. 그만큼 트임 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전시 연출의 시각적 감각이 좋아질 것이다.

강상구 대왕풍수지리연구소장·풍수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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