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세월호 추모 3주기 ‘세월오월’전

▲ '세월오월'
▲ 걸개그림 '세월오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해 전시가 좌절된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3년 만에 다시 내걸렸다.

재전시 시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영장 청구, 세월호 인양과 맞물린 데다 세월호와 박 전 대통령이 함께 그려진 그림이어서 관심을 끈다.

28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추모 ‘홍성담 세월오월’전에서 가로 10.5m, 세로 2.5m의 대형 걸개그림인 ‘세월오월’이 관람객을 맞았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세월오월’은 3년 전에 그렸던 원화 그대로 세상에 다시 나왔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을 위해 한국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홍성담 화백이 지역 작가 50여 명과 그린 ‘세월오월’은 화면 중앙에 1980년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시민군과 주먹밥을 나눠주던 여성이 힘차게 세월호를 들어 올리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그림 좌측에 군복 차림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허수아비 모양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종하는 모습이 그려져 ‘수정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결국, 박 전 대통령 대신 닭 그림으로 대체됐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전시는 취소됐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전시가 취소된 이후 홍 화백은 이 그림을 자신의 작업실 창고에 3년간 보관하고 있었으며 지난해 말 광주시의 제안에 따라 재전시를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윤장현 광주시장은 당시 전시 무산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외압이 있었다고 밝혀 특검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세월오월’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에는 양면테이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홍 화백은 “눈물을 흘리는 박근혜 씨의 얼굴에 양면테이프로 닭 그림을 붙였는데 테이프를 벗기면 그림이 상처를 받게 돼 논의 끝에 그대로 남겨뒀다”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의 상처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박 전 대통령을 조종하는 장면을 표현한 데 대해선 “평소 어투나 문구를 보면 누군가에게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씨가 눈물을 흘리는데, 표정을 그릴 때 가장 힘들었다”며 “한 인간으로 태어나 자기 마음대로 살지 못하고 아버지가 깔아 놓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회한의 눈물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월오월’에는 세월호를 중심으로 격동의 현대사가 압축돼 표현돼 있다.

5·18광주민중항쟁을 큰 틀로 4대강 사업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촛불집회, 국정원 댓글 사건, 군국주의로 치닫는 일본 아베 총리 등이 물 흐르듯 그려져 있다.

홍 화백은 “정말로 거의 걸레가 된 대한민국을 해결하는 데 있어 시작과 끝은 세월호라 생각한다”며 “갈가리 찢기고 녹슨 세월호가 어쩌면 내 모습이요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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