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대가 절반 넘어…정부 통제 신문·방송 안 보는 온라인 세대

▲ 러 전역서 열린 부패 척결 촉구 反정부 시위.

크렘린 “금전적 보상 약속 정보있다”…교육부 “학생들 시위 유인은 불법”

 

내년 대선을 앞둔 러시아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10대, 20대를 주축으로 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젊은 세대의 ‘정치적 반란’이 또 한 번 대권을 노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선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지난 26일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전국 80여 개 도시에서 공직자 부패 척결을 요구하며 벌어진 시위에 중·고등학교가 전체 참가자 학생과 대학생인 10대, 20대 젊은층이 대거 참가했으며, 이는 이전과 매우 다른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청소년과 청년층 참가자의 절반이 넘었다는 통계도 놔왔다.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과 총리로 직함을 바꿔가며 권력을 쥔 모습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푸틴 세대’다.

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달리 정부가 통제하는 국영 방송이나 신문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보통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독립 언론 등에서 정보를 얻는다.

이번 시위가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유튜브에 게재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 축재 보고서를 계기로 촉발됐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영상은 현재 12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한, 이들에게는 임금 체불, 환율 붕괴, 조직범죄 등이 들끓었던 ‘고난의 1990년대’를 기억하자는 호소도 먹혀들지 않는다.

이는 크렘린궁이 이들의 부모 세대를 상대로 자주 활용하는 선전 방식이다.

젊은층은 오히려 푸틴이 집권하고 나서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경제가 후퇴한 데 불만을 품고 있으며, 부패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시베리아 톰스크 시위 개최를 도운 세르게이 차이코프스키(17)는 “대통령은 자기가 주변에 있는 모두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만큼 훔치도록 허락해도 되는 보스인 줄 안다”면서 “전용기에 애완견을 태우는가 하면 그들을 위한 궁전 건설도 마다치 않는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RANEPA) 사회과학자 예카테리나 슐만은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일자리와 기회 부족, 정치적 자기표현에 몹시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 러 전역서 열린 부패 척결 촉구 反정부 시위.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이례적으로 “(시위대의) 구호와 제안, 비판의 목소리를 고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합법적 시위는 존중하겠지만 사실상 어린애인 청소년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금전적 보상을 약속하면서 안전 위험이 있는 허가받지 못한 시위에 참여하도록 호소하는 자들은 존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6일) 시위는 도발이며 시위가 합법이라고 한 자들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페스코프는 이어 “모스크바에서 시위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경찰에 체포될 경우 금전적으로 보상하겠다는 (시위 주최측의) 약속을 받았다는 정보가 있다”며 “사법 당국이 이 같은 정보를 갖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공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수사위원회도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되면 금전적으로 보상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확인했다.

교육과학부는 시위 주최 측이 학생들을 정치활동에 끌어들인 것은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시위가 과거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던 지역에서까지 일어났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위 참가자 수가 수도 모스크바보다 많았다는 일부 집계 결과가 나왔고, 2012년 대선 당시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 92%에 달했던 남부 다게스탄 수도 마하치칼라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젊은이들이 ‘10대의 반란’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시위에 참여했다면서 ‘푸틴 세대’의 정치적 데뷔는 크렘린궁에는 엄청난 정치적 도전을 의미하며, 푸틴 대통령의 권력에도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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