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부추기는 상대평가 시대 역행
글로벌 기업 평가제도 잇따라 폐지
구성원 경력개발·역량강화에 초점

▲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자위 선임위원

지역 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울산지역 4000개를 포함해 동남권에서만 1만9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본격적인 고용감소형 경제성장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로, 이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를 통한 생산과 유통시스템의 자동화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이를 뛰어넘은 소프트 파워를 통한 융합과 연결 그리고 공장과 제품, 서비스의 지능화라고 말할 수 있다. 즉 기계와 제품이 인터넷과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학습능력과 지능을 가지게 되며 이러한 기능의 핵심은 초연결성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초연결성이란 물리적인 현실 세계와 디지털 가상시스템의 연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고객, 이해관계자 간 네트워크의 연결을 의미한다. 이러한 초연결적인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역할은 기존의 직무기술서나 직무명세서 등 메뉴얼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의 흐름 속에서 본인의 위치와 의사결정 역량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즉 조직 구성원들이 거대한 네트워크 연결망 속에서 공유가치를 통해 조직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최근 GE는 디지털 제조업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하고 HR부분에서는 연간 성과리뷰 및 상대평가제도를 폐지하는 등 과거 GE의 동력이 되었던 평가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했다. GE가 강조하고 있는 ‘디지털 기업’이란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초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으로 물리적인 현실 세계를 디지털 세계로 옮기기도 하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현실 세계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분기별로 이루어지는 조직 및 개인 평가는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Google, IBM, Microsoft, GE, Cisco 등 글로벌 기업들은 1년에 한번 수행하는 일반적인 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있다. 현업을 수행하면서 수시로 구성원들의 직무수행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하고 팀장은 부하 직원들에 대한 경력개발 계획이나 경력경로를 논의하는 등 평가의 개발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더 이상 평가의 관리적인 측면을 강조한 등급을 매겨서 서열을 세우는 형태의 상대평가는 창의력과 협력이 중요한 시대에는 적절하지 않다. 구성원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조직 정치를 초래하는 등 팀의 성과를 향상시키는데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가의 개발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육성에 관점에서 구성원의 경력개발과 역량강화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상의 개념도 변화하고 있는데 평가 등급이 사라짐에 따라 보상에 연동되는 시스템도 상대적으로 느슨해졌다.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평가보상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고성과자에게 보상을 하지만 그 이외 구성원들의 보상에는 차별을 두지 않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하는데, 필자가 최근 성과평가 및 보상제도를 개편한 국내 유수의 컨설팅 기관도 5단계의 평가 등급을 3단계로 축소, 공정한 평가제도 도입을 통해 구성원들의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GE도 온라인 성과관리 시스템에서 20대70대10의 등급 비율을 제거하고 과거처럼 엄격한 강제할당률이 아닌 가이드라인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Intel 또한 상대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Cross-Calibration 방식을 통해 여러 관리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평가를 운영하고 있다.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그룹을 정해 랭킹을 부여한다. 관련된 관리자들은 랭킹을 부여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만장일치로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회의장에서 절대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 같은 등급의 결정에는 다면평가, MBO, 팀평가, 기타 정량 지표가 모두 사용되고 이는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이렇게 4차 산업혁명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나라 안팎의 불확실성과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경영활동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어떠한 HR전략을 수립하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자위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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