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에 아직도 차가운 발톱이 남아 있는 3월.
양지쪽에 누워 있던 고양이가 네발을 모두 땅에 대고
햇볕에 살짝 녹은 몸을 쭉 늘려 기지개를 한다.
한껏 앞으로 뻗은 앞다리.
앞다리를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뒷다리.
그 사이에서 활처럼 땅을 향해 가늘게 늘어지는 허리.
고양이 부드러운 등을 핥으며 순해지는 바람.
새순 돋는 가지를 활짝 벌리고
바람에 가파르게 휘어지며 우두둑 우두둑 늘어나는 나무들.

▲ 엄계옥 시인

문신 정이오는 천금으로도 살 수 없는 때가 삼월이라고 했다. 봄이 가장 먼저 드는 것이 시인의 눈 속이니, 고양이 등에 내려앉은 봄 관찰이 세세하다.

시가 이끄는 대로 삼월 마당으로 나가보자. 3월은 봄 중에서 신생이다. 아직 매운 기운이 발톱에 남아 있어 새포름한 생기발랄이다. 화단에 매화가 지더니 동백 목련 앵두꽃이 릴레이로 폈다. 다음 차례는 목단이니 줄기에 붉음을 잔뜩 머금고 대기 중이다.

‘바람에 우두둑 우두둑 늘어나는 나무들’처럼 ‘앞다리를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뒷다리’로 고양이는 봄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희고 붉은 꽃나무를 향해 달려드는 벌에 정신이 팔려 무아지경이다.

봄과 고양이와 꽃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한 폭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동양화 같은 시다. 그 일원이고 싶어서 가만히 마당 화원 속으로 들어가 본다.

화들짝 놀라서 달아나는 고양이, 인간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흐트러져 버리는 풍경화 한 폭.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