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규제·사드보복 등 피해 인도·중동·동유럽·동남아로
해외 직접투자도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국가가 35% 차지

 

울산 기업들이 ‘무역규제’와 사드보복’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 세계 최대시장 중국을 피해 수출과 투자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인도와 동남아, 중동, 동유럽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또 지역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도 ‘차이나 리스크’를 피해 ‘인도차이나반도’로 집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현지시장진출’, ‘수출촉진’ ‘저임금활용’ 등을 위해 인도차이나반도로 투자의 물꼬를 바꾸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중 사드영향권…中 탈피 수출시장 다변화

29일 지역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최근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메틸 이소부틸 케톤’(MIBK)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다.

MIBK는 아세톤과 수소를 촉매 반응시킨 화학용제로 금호석유화학의 자회사인 금호P&B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이다.

금호P&B는 지난해 2700만달러(300억원) 규모의 MIBK를 중국에 수출, 중국 수입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사드 보복이 본격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유화업계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다른 제품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은 울산의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 80억7500만달러 가운데 41%인 33억1200만달러를 점유한 울산의 최대 수출품목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차이나 리스크’를 피해 인도와 동남아, 중동, 동유럽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억7000만달러(약 4200억원)를 투자해 세계적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컬로부터 고부가 화학제품인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을 매입하기로 했다.

SK종합화학은 2015년 사우디의 글로벌 석유화학업체인 사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사우디 등에 고성능 폴리에틸렌인 넥슬렌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확보를 위해 2010년 말레이시아의 타이탄 공장 인수, 2014년에는 미국 액시올과 합작해 루이지애나주에 에틸렌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국영석유가스회사와 합작투자회사를 차려, 지난해 수르길 지역에 가스화학단지(GCC)를 건설하는 등 국내 업체로는 첫 중앙아시아 진출했다.

한화케미칼은 2008년 이후 태국 현지 법인에서 알칼리 수용수지(ASR)를 생산하고 있고, 2014년부터는 사우디 주베일 공장에서 에틸렌 초산비닐(EVA)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등을 만들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하지만 여전히 중국 시장의 비중이 절반을 웃돌아 문제가 생기면 국내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 업체들이 현지 생산법인이나 합작법인 설립, 해외공장의 증설, 해외법인 M&A(인수합병) 등 다양한 전략으로 시장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 등 동남권 기업 최대 투자처는 ‘인도차이나반도’

울산·부산·경남지역 기업들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인도차이나반도 지역에 대한 해외집중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BNK금융그룹(회장 성세환) BNK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동남권 기업의 인도차이나반도 진출현황 및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동남권 기업의 최대 해외 직접투자 지역은 인도차이나반도로 전체 투자 중 34.8%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16.5%), 멕시코(9.7%), 미국(7.7%), 일본(5.6%) 순으로 해외 직접투자 비중이 높았다.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별로는 베트남에 대한 투자비중이 72.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이 말레이시아(8.1%), 태국(7.6%), 캄보디아(5.1%), 미얀마(4.0%), 라오스(2.5%) 순이다.

베트남은 동남권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투자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로, 저렴한 인건비와 정치적 안정성, 내수시장 성장세 등이 최선호 투자지로 각광받고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62.6%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도소매업(13.6%), 건설업(7.6%) 순으로 나타났다.

인도차이나반도에 투자한 목적에 대해 울산기업들은 현지 시장진출(92.9%)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나머진 저임금활용(7.1)을 꼽았다. 인도차이나반도는 개발도상국으로 타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아 노동집약적 산업의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BNK금융경영연구소는 “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인한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말레이시아와 라오스는 외국인자본 유출 압력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도차이나반도의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TPP 협상 철회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과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는 대 미국, 대 EU 수출비중이 높은 캄보디아, 베트남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중국의 경기둔화는 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라오스, 미얀마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는게 그 이유다.

BNK금융경영연구소 박재현 수석연구위원은 “인도차이나반도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해당 국가의 투자여건 및 고유 위험요인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경제·금융 상황을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 또는 KOTRA를 통한 현지조사,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회계, 법률 등의 투자자문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등 철저한 사전검토가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김창식·차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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