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경선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점입가경인 후보들의 ‘썰전’에 눈살
유권자는 그 말의 이면을 들여다보길

▲ 이재명 정치부장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위한 각 당의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썰전’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이 창과 칼이 돼 서로를 찌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각 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고 나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보조 타이어’ ‘폐타이어’로 감정싸움을 키워가고 있다. 두 당은 최근 진행한 호남지역 대선후보 경선 결과를 놓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면서 서로를 깎아내렸다.

발단은 민주당 문재인 캠프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이 28일 라디오에서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호남지역 지지를 ‘보조타이어’에 비유하면서 깎아내린 것이다. 이에 안 전 대표가 “본인들이 폐타이어라고 자백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고,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민주당 타이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펑크 날 것으로 예상하고 만들어진 것이 국민의당 타이어”라고 꼬집었다. 김영환 최고위원은 “저급한 비유로 남의 당 후보를 비난하는 사이 한국정치는 카센터가 되고 국민은 몽키스패너를 든 수리공이 됐다”고 경고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무정란’ ‘대선 3수’ 발언에 서로 얼굴을 붉혔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라디오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 “시험 날짜(대선일)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지, 결국엔 마음 정리를 하고 3수를 향한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것이 이성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당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29일 오전 최고위에서 노회찬 원내대표를 향해 “자당의 원내대표조차도 당선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안타깝지만 아무리 품어도 부화하지 않는 무정란”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심상정 대표 측 선대위 임한솔 부대변인은 “품위 없는 심한 표현에 적잖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건강한 비판과 검증은 언제든 환영하지만 인신공격성 비난은 사양한다. 자중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노회찬 대표의 발언과 관련, “일개 평론가도 아니고 지나치게 경솔한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세미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 “춘향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었다”며 “우파 대표를 뽑아서 대통령 만들어놓으니까 허접한 여자하고 국정을 운영했다”고 친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같은당 대선주자 김진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바른정당을 포함한 범우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홍 지사에 대해 “새 여자를 만나 살림 차리려고 키우던 애들을 구박해서 쫓아내려는 것이냐”며 날을 세웠다.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 정책공약보다는 인신공격이 판을 치게 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그렇게 되면 본질은 흐려지고 냉철한 판단을 상실하게 된다.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된 것도 인신공격과 세력싸움, 근거없는 비방 등의 혼돈 속에서 유권자들이 냉철한 판단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말은 훌륭한 의사소통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잘 못 쓰면 엄청난 오해와 화를 불러온다. 특히 대선 주자들이 쓰는 거친 말은 겉으로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기 눈을 찌르는 비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이제 그 정도의 감별 능력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어쨌든 후보 검증과 정책공약 등으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세계에서 가장 우습고 창피스러운 나라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유권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후보들의 격한 말싸움에 휘말리다 보면 중심을 잡기가 힘들어지기 십상이다. 그래도 눈을 부릅 뜨고 말의 이면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이재명 정치부장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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