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분야를 ‘지역학’이라고 해서 점점 그 중요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울산에서도 지역학 연구가 적잖이 이뤄지고 있다. 울산대학교와 울산발전연구원이 ‘울산학’을 집중 연구하고 있는 한편 기초단체의 지원을 받는 구·군 문화원도 향토사를 중심으로 한 울산학 연구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구·군문화원이 정착되면서 향토사연구가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발간한 향토사지가 오류와 표절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십수년 전만해도 울산의 대표적 향토사가로는 고 이유수씨와 김송태씨, 그리고 고 김석보씨가 꼽혔다. 이들이 펴낸 두툼한 향토사지가 울산의 과거를 읽는 유일한 길이었던 적도 있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는 울산향토사연구회를 이끌었던 이유수씨는 주로 실록이나 읍지 등의 과거 문헌을 통해 울산의 역사를 새롭게 꿰는 정통 향토사연구가였다. 그의 저서 <울산문화재총람>과 <울산향토사연구논총> <울산임란사> 등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고 있다. 교사로 평생을 지낸 김송태씨도 <울산 지난날의 얼굴> 등을 펴내며 지역역사의 파수꾼 역할을 했다. 김석보씨는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채집한 구술서에 가까운 자료를 많이 남겼다. 대표적 저서로는 <울산유사>가 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지금도 많은 이들이 향토사가로 활동하며 학계의 연구서와는 달리 개인적 연구를 통한 향토사지를 펴내고 있다. 구·군문화원들이 발간하는 향토사지는 그 중에서도 대표적 저술서로 꼽을 수 있다. 각 지역별로 많은 향토사가들이 필자로 참여하고 있는 이들 향토사지는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각도에서 향토사를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오류와 표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아 신뢰도가 여전히 낮다는 점에 대해서는 심각한 반성과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난 연말 구군문화원이 발간한 책에서도 오류와 표절이 발견돼 물의를 빚고 있다. 정기적으로 발간하다보니 원고 모으기에 급급해 질적인 검증을 등한시하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문화원은 예산이 겨우 책발간비 정도이기 때문에 철저한 감수를 할 형편이 못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수필집이 아닌 향토사지인만큼 정확성이 생명이랄 수 있으므로 역량이 못 미치면 발간을 포기하는 용단도 필요하다고 본다. 문화원은 신뢰성을 가진 공공기관이나 다름 없으므로 향토사지 발간에 보다 더 엄중한 기준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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