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 악재에 흔들리는 대한민국

위기상황서 ‘대박’에 목마른 국민들

횡재보다는 꾸준한 노력이 결실 거둬

▲ 이태철 논설위원
긴 불황에 국정혼란까지 겹쳐 사회가 뒤숭숭하다. 양극화 완화, 정치개혁, 저성장 극복과 일자리 창출, 저출산, 삶의 질, 국민통합, 국가안보, 남북관계, 교육개혁, 제4차 산업혁명 등 해결해야 될 수많은 난제들은 ‘박근혜’ ‘세월호’라는 키워드 속에 함몰된지 오래다. 만나는 사람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구동성이다.

대한민국이라는 흔들리는 삶의 기반에 대한 걱정이 오롯이 묻어 있지만 그 누구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직간접 당사자로 뼈를 깎는 성찰을 통해 국민적 물음에 답을 내놓아야 할 정치권조차 눈 앞에 닥친 정권 재창출과 교체, 적폐청산에만 매달려 있다. 참여와 공감을 이끄는 지혜와 리더십보다는 또 다시 좌우 줄서기만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국민 스스로 각자도생(各自圖生)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국가지도력의 부재를 절감한다.

그래서일까 ‘한탕’으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복권을 사고, 심지어 카지노 등 도박에 빠지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로또는 지난해 하루 평균 97억원어치 이상 판매됐다. 판매량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다.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 매출은 지난 2014년 1조4965억원에서 2015년엔 1조6337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조70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뽑기방이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뽑기방에서 큰 인형을 뽑는다고 살림살이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1000원을 내고 2만원짜리 선물을 받는 ‘횡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박’에 목마른 한국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또 한켠에서는 취업난으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자 ‘취업했다’고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는 ‘피노키오 청년 백수’가 속출하고 있다. 실업자라는 사실이 들통날까봐 하루 하루 노심초사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다 부모에게 사실이 알려지면 수치심과 미안함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생겨나는 실정이다. 고시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 등에 등록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만도 4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현실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 노인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의 ‘가계금융 복지조사’결과 2016년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61.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하위 20%의 소득은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중산층의 몰락은 한번 삐끗하면 재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 상위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층이 스스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빈곤의 덫’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5·9 대선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각 당의 대선 주자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공약도 구체화되고 있다. 하나같이 장밋빛 미래를 담아내고 있다.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위기극복을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보다는 지지층을 의식한 편향적 공약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회성 ‘펌핑효과’에 의한 착각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바벨이나 덤벨 또는 전용 트레이닝 머신을 사용해 근력을 증가시키거나 근육량의 증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순간적으로 근육이 커지는 느낌을 받는다. ‘펌핑효과‘로 운동부하에 따른 혈관 팽창때문에 몸이 펌핑 된 것뿐 실제 근육이 커진 것은 아니다. 운동할때는 운동부위에 근혈류량이 증가, 펌핑되지만 20분 정도가 지나면 빠지게 된다. 근육으로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면서도 반복적으로 운동과 휴식, 영양공급을 꾸준히 해줘야 한다. 국민 삶의 질을 책임지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착각은 자유지만 결과는 자신의 몫’임을 명심,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들여다 보는 국민적 노력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태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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