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의 표본으로 인식돼온 여왕모후가 30일 101세를 일기로 서거함으로써 영국 국민의 삶속에 깊숙이 자리했던 구시대 군주제도 그 종말을 고하게 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75) 시대의 현대 군주제는 20세기 사회변화의 조류를 서서히 뒤따랐으며, 때로는 이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자녀중 3명이 점증하는 이혼 대열에 합류했으며 이는 군주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21세기 들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즉위 5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군주제의 장래에 관한 의문마저 종종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국 귀족편람인 "버크스 피어리지"의 출판인 해롤드 브룩스-베이커는 "(여왕모후를 잃은) 슬픔이 가라앉고 나면 여왕모후 없이 군주제가 유지될 것인 지가 문제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확실히 영국의 윈저 왕가와 유럽의 9개 왕조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브룩스-베이커 편집인의 이같은 언급은 버크스 피어리지 젊은 세대의 외면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어 여왕모후가 대표하던 구시대의 전통이 강화되지 않고는 왕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인기있고 존경받는 군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건강상태도 좋아 앞으로도 상당기간 재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영국에서는 군주제를 종식하고 공화제를 채택하자는 주장이 소수나마 끊이지 않고 계속돼 왔으며, 이같은 주장이 대중의 뜻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기관인 MORI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 젊은이의 48%는 왕실보다 TV에 나오는 심슨가족의 생활에 더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해 12월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55%가 왕실이 사치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70%는 왕실이 접촉 불능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응답자중 70%는 군주제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답했으며, 3분의 2는 여왕과 왕실 가족이 열심히 일하며 많은 존경을 받고 있고 평가했다. 또 왕실이 영국의 중요한 존재라는 응답도 80%에 달했다.

 정치인들은 왕실을 둘러싼 견해가 이처럼 모순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대체로 군주제에 반대하는 주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2년전 상원직 세습에 반대해 세습 의원들을 상원에서 축출한 토니 블레어 총리도 여왕과 군주제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찰스 왕세자가 다이애나비와 이혼하고 이혼녀 카밀라 파커 볼스와 연인관계를 맺은 것도 여론의 세찬 비난을 야기했으며, 그가 차기 군주로서 적절한 인물인 가에 관한 의문이 주기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왕위에 변화가 이뤄지는 시기는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훌륭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결코 왕위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런던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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