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에서 탄생한 스타벅스는 지난해 국내 커피 전문점 중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로스팅’(Roasting)과 관련한 것이다.

로스팅은 아무런 맛도 없는 생두 상태인 커피 원두에 일정 시간 열을 가해 그윽한 커피향과 풍미가 나도록 만들어주는 과정을 말한다.

로스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커피맛이 좌우되기 때문에 커피 선진국에는 매장에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barista)와는 별도로 로스터(roaster)라는 직업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로스팅 과정을 거친 커피 원두는 공기와 접촉하면서 급속히 산패(酸敗)하기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향미(香味)가 점점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커피 전문가들은 보통 로스팅을 한 날로부터 5~10일 이내에 원두를 갈아 커피를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게 커피를 즐기는 방법이라고 추천한다.

많은 고급 커피 전문점에서 고객들에게 커피 원두를 판매할 때 로스팅 날짜를 알려주거나 봉투에 찍어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 원두에는 로스팅 날짜가 찍혀있지 않다. 다만 상당히 긴 유통기한이 적혀있을 뿐이다.

유통기한은 미국 본사에서 원두를 로스팅한 날로부터 보통 8개월 정도로 설정한다고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전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1일 “국내에 들여오는 커피 원두는 전량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서 로스팅하며, 스타벅스만의 독자적인 ’플레이버 락‘(Flavor Lock) 특허 기술로 만들어진 포장재를 이용해 향미가 날아가는 걸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따르면 시애틀에서 원두를 로스팅한 뒤 선박편으로 국내로 운송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약 3~4주이며, 통관 절차까지 감안하면 수입되기까지 2달 안팎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절차상 신선도와는 다소 거리가 먼 셈이다.

커피 전문가들은 아무리 완벽한 포장재를 사용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로스팅된 커피 원두의 풍미가 감소되는 현상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바리스타는 “커피도 우유나 생선과 같은 신선식품이라고 보면 된다”며 “원두를 로스팅한 날짜로부터 5~10일 사이에 마셔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고 그 이상 지나면 아무래도 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타벅스의 경우 미국 본사와의 관계상 원자재 구입이나 로열티 지급 등을 통해 본사 이익을 최대한 불려줘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4년 기준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 지급한 원재료 매입비는 약 700억원에 달했다.

또 수만 개에 달하는 전 세계 매장에서 균일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려면 본사에서 일괄 구매해 같은 방식으로 로스팅한 원두를 쓰는 것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미국 본사에서 한꺼번에 원두를 구매해 로스팅한 뒤 전 세계 매장으로 보낼 경우 신선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품질이나 맛의 균일성을 유지하는 데는 유리할 수 있다”며 “또 스타벅스처럼 커피에 설탕이나 시럽, 우유, 크림 등을 가미한 제품이 많을 경우 원재료의 맛은 덜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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