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치부장

작천정 벚꽃터널의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벚꽃축제장에 인파가 몰려들자 각설이들의 신명나는 어깨춤이 더욱 흥겹다. 작천정 벚꽃축제는 매년 삼월삼짇날을 전후해 열린다. 올해 삼월삼짇날은 지난 30일이었다.

삼월삼짇날은 벚꽃이 피고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지만 시인묵객들에게는 ‘유상곡수(流觴曲水)’ 놀이를 즐기는 날이었다. 유상곡수란 구불구불하게 돌아 흐르는 물길(曲水)에 술잔을 띄워(流觴) 보내며 시를 읊고 술을 마시는 풍류를 말한다. 신라 때는 포석정에서 왕족들이 이런 곡수연(宴, 잔치)을 벌였다.

‘유상곡수‘란 단어는 동진(東晉)의 명필 왕희지가 쓴 ‘난정서(蘭亭序)’에 나온다. 왕희지는 353년 42명의 대(大) 시인묵객들을 불러모아 절강성 소흥현에 있는 정자 난정(蘭亭)에서 유상곡수를 즐겼다. 여기서 읊어진 시를 모아 시집을 엮고 왕희지가 그 서문(序文)을 썼는데 그게 천하제일의 난정서(蘭亭序)다.

그런데 천하의 시인묵객들이 모여들었던 난정(蘭亭) 못지 않게 훌륭한 정자가 작천정(酌川亭)이라고 노래한 이가 있다. 바로 울산 거부 김홍조의 소실이자 울산 최고의 여류시인인 구소 이호경(1894~1991)이다.

 

千古蘭亭後(천고난정후, 옛날옛날 시인들이 모인 난정 있은 후에)/酌川第一樓(작천제일루, 이 곳의 작천정이 가장 좋은 누각일세)/白無如許石(백무여허석, 씻은듯 흰반석 이보다 나은 곳 없고)/淸有此間流(청유차간류, 그 가운데 흐르는 것은 맑은 물이로다)…

이 시는 작천정 누각에 현판으로 걸려 있다. 작천정 앞 작괘천(酌掛川)은 ‘술잔을 걸어놓은 계곡’이라는 뜻이니 곡수연을 베풀기에 최고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인근에는 국내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벚꽃터널이 바야흐로 꽃구름을 피워내고 있다. 제비가 날고 곡수에 술잔이 뜨고, 꽃잎이 흩날리는 계절, 작천정 봄나들이 한번 어떤가요.

이재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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