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수십억을 투입해 드라마 세트장을 유치했던 울주군이 시설물 뒤처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울주군은 지난달 2일 서생면 간절곶 드라마 세트장에 대한 ‘공유재산 사용·수익허가 입찰 공고’를 냈다. 14일간 온라인 공공자산 처분시스템 온비드에 올린 공고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유찰됐다. 군은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다시 공고를 냈지만 역시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두 차례 유찰 후 울주군은 입찰가를 10% 낮춘 뒤 다시 공고를 낼 계획이다.

울주군은 지난 2010년 드라마 ‘욕망의 불꽃’ 세트장을 간절곶에 유치했다. 세트장을 지어주는 데 원전지원금 30억원이 들어갔다. 세트장이라는 특성상 철근·콘크리트가 아닌 목재와 석고보드를 사용, 1년짜리 임시 가설물 형태로 만들었다. 이후 세트장은 ‘메이퀸’ ‘한반도’ 등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르다 2011년 군에 기부채납됐다. 군은 건물의 활용도와 내구성을 보완하기 위해 10억여원을 추가, 골조와 외벽을 강화한 뒤 테디베어 박물관을 계획 중이던 사업자에게 임대했다. 하지만 사업자가 입주를 포기하면서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울주군은 2012년 다시 공고를 내 한 업체와 연간 1억2000만원에 3년간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1층은 결혼사진 전문 스튜디오로, 2층은 식당으로 사용됐지만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업체는 3년을 채우지 못하고 2014년 사용을 포기했다. 울주군은 임대료를 낮춰 다시 공고를 냈고,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 5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업체도 2년여 만에 두 손을 들었다.

거듭된 사용 포기의 원인으로 높은 임대료가 지적되자 군은 최근 별관과 관람동을 제외한 본관과 일부 부지만 임대 대상에 포함시켜 입찰 예정가를 7000만 원대까지 낮췄다. 하지만 이 역시 부담스러운 탓에 두 차례나 유찰됐다.

계약 파기와 유찰이 반복되면서 군은 세트장 활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40억원의 시설비가 투입됐고 2~3년마다 수억원대의 리모델링 비용이 들어가지만 큰 수익을 거두지도, 뚜렷한 활용방안을 찾지도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그동안의 실패를 거울삼아 군이 직접 세트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간절곶 일원은 명성과 방문객 숫자에 비해 볼거리나 홍보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간절곶 드라마 세트장은 울주군 홍보관이나 전시관, 관광안내소, 관광기념품 판매소 등으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 세트장은 원전지원금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해양원전과에서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활용방안이 한계에 이른 만큼, 문화관광과나 산림공원과 등 관광에 특화된 부서와 머리를 맞대고 활용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간절곶 일원 개발 마스터플랜에 포함시켜 종합적인 정비계획을 세우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수익시설 유치와 대관 수입 확보에 급급해 간절곶 발전의 큰 그림을 저해해서는 안된다. 간절곶을 세계적인 명품 공원으로 만드는 것은 울주군에 주어진 숙제다. 지금부터 신중하지만 적극적으로 간절곶 드라마 세트장 활용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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