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도 인공지능이 하는 시대
인간과 컴퓨터가 서로 협력해
시너지효과 극대화 방안 찾아야

▲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

지난해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경기가 세계의 관심속에 진행됐다. 결과는 예상을 깨고 알파고의 압승으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긴 충격적이며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 같은 사건이 의료계에서도 출현했다. 바로 IBM의 수퍼컴퓨터 왓슨(Watson)이다. 미래에는 의사의 80%가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라는 말에 필자는 젊은 청춘을 바쳐 의학을 공부, 의사가 되었는데 앞으로 무얼하지 심각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여러 곳에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이 도입돼 암환자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2011년에는 왓슨이 미국의 인기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의 챔피언 2명을 상대로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우승하였는데, 어쩌면 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사고를 할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그 후 왓슨이 진출을 선언한 분야가 암 환자 진료다. 왓슨은 2012년 3월부터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에서 진료를 배우고, 2013년 10월부터는 MD앤더슨에서 머신 러닝을 통해 백혈병환자에 대한 방대한 양의 의학논문, 임상시험, 케이스 스터디, 가이드라인 등을 학습했다. 2014년 6월 MD 앤더슨의 의사들이 ‘닥터 왓슨’의 실력을 공개, 왓슨이 내놓은 표준 치료법을 의사들의 판단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인 정확도는 82.6% 에 이르렀다. 즉 왓슨이 상당한 정확도로 백혈병 환자들을 진료한 것이다. 현재 왓슨은 정확도가 96%로 전문의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암에 걸린 환자의 차트를 놓고 분석해 인공지능 왓슨과 의사의 처방이 서로 다를 경우 환자들은 의사보다 왓슨의 처방을 더 따른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과연 컴퓨터는 인간 의사보다 정확하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을까? 인간은 컴퓨터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람의 지능은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고 본다. 즉 몸으로 체험을 해서 습득을 하거나 아니면 책을 보거나 영상을 보는 등 공부를 통해서 그것들이 경험이 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인공지능 시스템은 사람보다 더 많은 경험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확률이 높은 선택을 내린다고 볼 때 어떤 의미에서는 사람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질문보다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인간과 컴퓨터가 서로 대결하고 대립하면서 실력을 겨뤄야 할 필요가 없다. 대신 인간과 컴퓨터의 협력이 답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과 컴퓨터가 답을 도출하는 과정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과 컴퓨터 모두 같은 형태의 답을 내어 놓지만 이 답을 도출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므로, 이는 결국 서로 협력했을 때 시너지가 가능하다. 체스 대회에서 딥 블루 수준의 수퍼 컴퓨터의 도움으로 평범한 수준의 체스 선수가 승리한 시너지효과가 증명된 바 있다. 인간과 컴퓨터가 서로의 답안을 비교하면서 전략을 세운 결과 각각이 내어 놓은 전략보다 월등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이 인간의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왓슨의 방대한 지식은 풍부한 경험과 상상력을 가진 인간의사의 가장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경쟁이 아니라 더 정확하고 더 좋은 의료로 환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문명의 이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 있고 약이 될 수 있다. 두려움보다는 이를 극복하고 정복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은 갈대와 같이 약하지만 강한 존재이다.

이제 의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오늘도 회진을 돌면서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면서 인간만이 가진 감성과 사랑으로 최선의 진료를 하려고 다짐한다. 실직하지 않기 위해….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