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옛날에는 많은 아이들이 과학자를 꿈꿨었죠. 그런데 언제부터 아이들이 같은 꿈만 꾸게 된 걸까요. 아이돌도 필요하지만 우리에겐 과학자가 더 많이 있어야 합니다.” 한 번쯤 현대모비스의 ‘아이들에게 과학을 돌려주자’ 프로젝트 광고를 보면서 ‘그래, 우리에겐 과학자가 필요해’라는 공감을 가졌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년 초가 되면 학생 기초 조사서를 통해 장래희망을 조사하곤 한다. 장래희망 조사에는 부모가 바라는 장래희망과 학생 본인의 장래희망을 적는 칸이 있다. 부모의 경우 판·검사, 의사, 교사, 공무원 등 어른들이 살아 왔던 시대에 안정된 보수와 지위를 가진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신세대 부모의 경우 연예인, 요리사, 가수 등도 적지만 대부분 부모의 경우 안정된 연봉과 취직이 잘되는 직업을 선호한다.

아이들의 경우 크게 두 갈래인데 연예인, 가수, 운동선수, 스포츠 매니지먼트 등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사람들에게 선망이 되는 직업군과 공무원과 회사원 등 기성세대의 영향으로 안정된 보수와 정년이 보장된 직업군으로 나뉜다. 애석하게도 과학자를 꿈꾸는 부모와 아이는 거의 없다. 전국의 학교로 확대해 보더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유아기부터 레고 블록이나 가베 등을 구입해 아이가 창의적이고 과학적이길 바라던 부모들도, 호기심 많고 과학적 소양이 뛰어난 아이들도 왜 과학자를 꿈꾸지 않게 된 걸까?

아이들이 이·공계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이 잘되고 안정된 진로를 택하는 것을 비판만 할 수는 없다. 뛰어난 어린이들이 과학자로 성장하기까지 기초 과학자에 대한 지원과 관심, 사회적 처우 개선 등 교육을 넘어 사회 및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만을 탓하기 이전에 학교 교육에서부터 실 없이 동영상과 교육용 사이트, 설명식 수업으로 만 이루어지는 수업을 지양하고 과학을 통해 꿈을 실현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4월은 벚꽃이 만발하는 축복받은 달 이자 과학의 달이 50년이 되는 해이다. 각 학교마다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4월 한달 동안은 다양한 과학 행사와 대회가 열린다. 이 4월만이라도 아이들이 직접 실험하고 탐구하는 학교 수업을 통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재미를 느껴 과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으면 한다. 또한 아이들이 풍성한 과학 행사와 대회를 체험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과학과 친숙해지고 과학을 즐길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잘 다져졌으면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고 박태환 선수가 수영을 딴 이후 김연아 키즈, 박태환 키즈가 늘어났듯 과학 분야의 금메달이라고 할 수 있는 노벨상을 배출한다면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사정도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숲 속의 두 갈래 길에서 많은 아이들은 모두가 선택하는 편하고 안정된 길로 가고 있다. 모두가 선택하지 않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은 선뜻 선택하기 두렵고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4월의 어느 날, 남들이 가지 않는 과학자의 길을 꿈꾸는 아이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그 개척의 길이 훗날 노벨상 키즈들의 벚꽃 가득 동경의 길이 될 거야.”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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