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대하사극 〈태조왕건〉이 오는 11일로 100회를 맞는다.  지난 해 11월부터 40%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유지하며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드라마는 궁예의 폭정이 극에 달하고, 왕건이 극의 중심에 등장하면서 한층 흥미를 더하고 있다.  드라마가 중반을 넘겨 왕건의 부상과 궁예의 몰락이 대비되며 시청자들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궁예의 최후. 사서인 〈고려사〉에는 궁예가 왕건이 일으킨 반란 와중에 민가로 피신해 음식물을 훔쳐먹다 백성들에게 맞아죽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제작진은 그러나 고민끝에 이 대목에 과감히 픽션을 도입키로 했다. 그동안 드라마의 중심축을 이끌어왔던 궁예가 시종일관 카리스마 넘치는 민중적 영웅의 풍모로 묘사돼왔기 때문에 사서의 기록처럼 비참한 죽음을 맞게 할 수 없다는 게 제작진이 내린 결론이다.  제작진의 이런 "배려"로 궁예는 "영예로운" 자결을 하게 된다. 오는 4월 중순의 방송분(112회)에서 궁예는 왕건과 독대를 하면서 백성을 위하고자 하는 왕건의 신념을 격려해주고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어 드라마는 왕건과 견훤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왕건이 견훤에게 대패한뒤, 병사의 옷으로 갈아입고 간신히 죽음을 모면하는 대구 동수전투는 140회를 전후해 방송되면서 가장 스펙타클한 화면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전언.  견훤이 아들 신검과 벌이는 갈등의 양상도 극의 중요한 축이다. 아들과의 분쟁으로김제 금산사에 유폐당했던 견훤이 고려로 넘어가 왕건과 함께 후백제를 멸망시키는 내용이 160회를 장식하게 된다.  고려와 후백제의 기세에 눌려 아무런 힘도 써보지 못하고 왕건의 고려에 귀부하는 신라왕실과 끝까지 이에 저항하다가 개골산에 들어가 초근목피로 여생을 보낸 마의태자의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이후 최종회인 184회까지는 삼국통일을 이룩한 왕건이 지방호족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나라를 정비하는 내용으로 꾸며진다.  애초 156부작으로 기획됐던 〈태조왕건〉은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방영횟수가 184부작으로 늘어난 상태. 이에 따라 종방예정일도 9월말에서 12월말로 늦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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