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강조’ 中 입지 좁아질듯…힘실리는 美 ‘강력제재’ 주장

▲ 트럼프 "김정은, 매우 매우 나쁘게 행동"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州)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5일 북한이 또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함으로써, 중국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미국의 강경 제재론에 맞서 제재와 대화 병행을 주장해온 중국으로선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안 나서면 미국이 나서겠다” “모든 션이 테이블에 있다”고 경고하면서 추가 대북제재로 북한 핵실험·미사일 도발을 해결하라는 이른바 ‘중국역할론’을 압박하는 가운데 북한의 이번 도발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장에 힘이 실리는 반면 제재와 대화 병행을 추구하는 시 주석 논리가 탄력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미중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보란 듯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되풀이된 것은 중국의 ‘통제’가 먹히지 않는다는 반증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입지를 크게 좁힌다.

정례 브리핑 때마다 “한반도 정세를 자극하는 행위를 하지 말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라”고 강조해온 중국 외교부로서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런 때문인지 중국 당국은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의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고 베이징 소식통이 5일 밝혔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우려하는 바는 북한의 도발이었다”면서 “6차 핵실험은 아니지만 탄도미사일을 쐈다는 자체만으로도 중국으로선 이번 회담에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미중 정상회담 보도한 중국 잡지

중국은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상당 기간 북한 달래기 등에 공을 들여왔다.

우선 지난달 초 북한 외무성의 리길성 부상을 초청해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台·조어대)에 머물도록 하고 왕이(王毅) 외교부장과의 접견을 통해 최근 북한산 석탄수입 금지 조치를 설명하고, 각종 북중 경제협력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속에서도 중국 당국은 지난달 28일부터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북한 평양을 오가는 고려항공 전세기 취항을 허가했다.

북한의 소행이 분명해보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과 관련해서도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면서 김정남 시신이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을 거쳐 평양에 들어갈 수 있도록 편의까지 봐줬다.

이를 두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6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 등 미국과 한국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도록 담금질을 했던 것으로 봤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노력’에도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중국의 뒤통수를 쳤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중국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재 대상국인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장담한 터여서, 중국으로선 부담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애초 중국은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지 않는 걸 전제로 미국과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등 미중 무역불균형 현안에 대해 접점을 찾는 한편 미국으로부터 ‘시장경제지위’ 부여 결정, 첨단기술 이전 제한 해제 등의 실리를 추구하려 했으나 이 계획 자체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에선 북한이 또 탄도미사일 도발을 함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 의제 가운데 북한문제가 더 도드라져 미중 간 논의가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일 띨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북한 문제에 대해선 워낙 입장 차가 크기 때문에 이번 첫 정상회담에 큰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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