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45 고등훈련기 안전성 문제 제기… 도입된 지 30년

 산소 결핍증 등 문제 발생 빈번, 펜스 부통령 아들도 ‘피해자’

미국 해군 소속 비행교관 100여명이 T-45 ‘고스호크’(Goshawk) 고등훈련기의 낡은 산소 체계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비행훈련을 집단 거부하고 나섰다고 폭스 뉴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폭스 뉴스는 마이크 슈메이커 해군 참모차장(중장·항공 담당) 등 관계자들을 인용, 100명이 넘는 비행교관들이 도입된 지 30년이 된 이 노후 훈련기의 안전성을 문제 삼아 비행훈련을 4일 넘게 집단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바람에 수백 건의 비행훈련 계획이 취소되고, 해병대 중위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아들 등 수백 명의 훈련생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훈련거부에 참가한 조종사는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텍사스주 킹즈빌, 미시시피주 메리디안 등 3개 훈련기지 소속으로 전체 비행교관의 40%가량이다.

전체 운영 대수가 200대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80대가 지상에 발이 묶인 셈이다.

보잉이 영국 BAE 시스템스와 함께 함상 고등훈련기로 개량한 T-45의 조종술 교육을 담당하는 교관들이 사실상 ‘집단 파업’에 나선 것은 기체 내 산소 체계의 안전성 때문이다.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일부 교관들은 T-45기의 산소 체계 이상으로 산소 중독 등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지난 5년 동안 거의 4배가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교관도 폭스 뉴스와의 회견에서 조직 독성 산소결핍증(histotoxic hypoxia) 등 산소 중독 사례가 “급증”해 조종사뿐만 아니라 지상의 민간인들도 생명의 위험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 독성 산소결핍증은 산소가 세포에 충분히 전달되거나 조직 세포가 중독돼 효율적인 산소 사용이 어렵게 되면서 반응속도 저하, 판단 장애, 근육 피로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해군 당국이 비행훈련 강도를 높이면서 이 훈련기가 일주일 평균 3차례나 사고를 일으킨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관은 “이런 사고는 예고 없이 발생하지만, 현재 체계로는 오염물질을 탐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원 군사위의 맥 손베리 위원장은 “지금까지 이 문제가 은폐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 T-45 훈련기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역시 “해군이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슈메이커 차장은 해군 조종사들 사이에 이 문제가 “최우선 해결 과제”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현재로써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폭스 뉴스는 해군의 주력 전투기인 F/A-18 E ‘슈퍼 호넷’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관계 당국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1991년부터 본격적으로 일선에 배치된 T-45는 기본형인 A형, 지상훈련 기용 B형, 개량형인 C형으로 각각 분류된다.

미 해군은 최대속도 1038㎞, 최대항속 거리 1288㎞, 실용상승 한도 1만 2954m인 이 훈련기를 4개 훈련 비행대대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2023년 이후에는 교체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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