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찬 울산스마트동물병원장

사람병원. 의사, “어디가 안좋으세요?” 환자, “며칠전부터 소화가 안되고 여기가 묵직하게 아파요.” 의사, (이곳저곳을 꾹꾹 누르며) “여기가 아파요? 여기는 어때요?” 동물병원. 수의사, (보호자에게) “어떻게 안좋아요?” 보호자, “몰라요. 갑자기 어제부터 밥을 잘 안먹고 비실비실하네요.” 수의사, 강아지의 이곳저곳을 만져보며 청진기로 호흡과 맥박의 상태와 장기의 운동음을 듣는다.

난감하다. 사람도 그렇듯 아프면 식욕이 없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불편한지 호소한다. 사람병원에서는 그래서 호소하는 증상으로 미루어 대개 몇 개의 질병을 염두에 두고 그간의 경과와 증상의 디테일을 환자와 때로는 보호자의 말을 통해 추적해간다. 그리고 그 범주 내에서 필요한 검사를 하게 된다.

동물병원에서는 촉진이나 청진 단계에서부터 난리가 난다. 드물게 이 과정에서 얌전히 있는 강아지도 있지만 대개는 자기를 치료해주려는 수의사의 선한 의도를 알리없는 강아지가 수의사의 손길을 거부하고 길길이 날뛴다. 할퀴고 물고 난리도 아니다.

따라서 동물병원에서는 보호자의 관찰의견이 대단히 중요하다. 외상이나 골절 같은 부상을 제외하고는 갑작스러운 질병은 드물다. 아주 조금씩 진행돼 증상이 심각해지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평소의 행동을 주의깊게 관찰해야 질병이 진행됨에 따르는 행동과 상태의 변화를 감지할 수가 있다. 그러나 많은 보호자들이 어느 날 문득 강아지의 이상상태를 주목하고 내원, 갑자기 그렇다고 하는 것이다.

동물병원에서는 그래서 많은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보다 많은 항목의 검사를 통해 이상유무의 범위를 축소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수의사들은 진료의 전 과정에서 고민과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정확하지 못한 환자(아픈 강아지)의 질병정보에서 과연 어떤 검사를 하여야 할 것인지, 또 어떤 진료방법을 선택하여야 할 것인지를 두고서다. 어느 정도 오진의 가능성을 두고 진료비에 대한 보호자의 부담을 고려할 것인지, 보호자의 부담이 커지더라도 정확한 진단과 보다 치료가능성이 높은 진료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 두고 고민하고 갈등하는 것이다.

하나의 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없다 보니 여러 증상과 결과를 토대로 퍼즐을 맞춰간다. 예를 들어 배가 아프다고 온 강아지의 경우 검사를 해보면 허리가 아파서 배에 힘을 주고 있는 것을 보호자가 착각, 그 말을 믿고 소화기약물을 처방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가끔 보호자들 중에서 “수의사가 딱 보면 몰라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딱 보고 알 수가 없다. 말 못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진료에서 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수의사가 판단, 증상이 명확하고 경증인 경우에는 일단 대증처치라는 약물을 처방하고 경과를 보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보호자의 정보가 굉장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 설사를 했어요”보다는 “어제 새로운 간식을 먹였는데, 저녁에는 평상시의 절반 정도의 사료만 먹고 오늘 혈액이 섞인 설사를 3회 했어요”라는 정보가 수의사에게는 절실하다.

허찬 울산스마트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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