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산나물의 제왕, 두릅

 

사포닌 성분 혈액순환 돕고 면역력 높여
처지기 쉬운 봄철 춘곤증 예방에 큰 도움
몸이 찬 사람은 많이 섭취하면 설사 발생

1박2일! 큰소리로 외쳐 함께 할 사람들을 모아 본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그 누구라도 함께 한다면 봄날은 모든 시간들이 눈부시게 좋다. 요즘 주말마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외박을 하고 온다.

지난 주말에는 1박2일로 나주임씨 장수공파 창녕 4촌계모임에 다녀왔다. 1년에 딱 한번 있는 이 모임을 남편은 후순위에 두지만 필자는 제일 우선순위에 둔다. 이 모임에서 사십대인 필자는 한참 막내다. 희수를 훌쩍 넘긴 큰형님부터 대부분의 연령대가 고희를 바라보는 그야말로 늙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세대차이로 기피할만한 모임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모임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그곳에 가면 바로 그 맛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봄나물로 차린 녹색식탁이 있다. 보약보다 더 좋은 이야기가 있다. 꽃향기보다 더 좋은 봄 향기가 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봄나물의 향이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여기에 형님들이 따라주는 막걸리 한 잔이 곁들여진다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이 모임에서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맛의 중심에는 첫 수확한 자연산 참두릅이 있다. 이 모임은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연약한 연두빛 두릅에게 굴러 떨어진다.

두릅은 독특한 향이 나는 산나물로 한약명으로 나무의 머리 채소라는 뜻으로 ‘목두채’(木頭菜)라 한다. ‘봄 두릅은 금(金)’이라는 말처럼 봄철 두릅은 ‘산나물의 제왕’으로 불리울 만큼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중풍으로 목이 쉬고 입과 눈이 비뚤어지고 팔다리를 쓰지 못하며 온몸에 전혀 감각이 없고 힘줄과 뼈가 저리면서 아픈 것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두릅은 일반적인 봄나물에 비해 단백질, 칼슘, 섬유질, 각종 비타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나른하고 처지기 쉬운 봄철 춘곤증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쌉쌀한 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은 혈액순환을 돕는다. 또 혈당을 내리고 혈중지질을 낮추며 면역력을 높여 건강관리에 효과적이다. 사포닌과 비타민C 성분은 암을 유발하는 물질인 나이트로사민을 억제시켜 각종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릅순에서 나는 독특한 향은 정유성분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활력을 되찾게 해준다. 수험생과 정신적으로 긴장이 지속되는 사람이 먹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을 준다. 두릅은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 A·C, 칼슘, 섬유질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 박금옥 개운초등학교 영양교사

두릅순은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거나 튀김, 전, 잡채, 짱아지, 김치, 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에도 향긋하게 잘 어울린다. 조선말기의 유명한 조리서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생두릅을 물러지지 않게 잠깐 삶아 약에 감초 쓰듯 어슷하게 썰어 놓고 소금과 깨를 뿌리고 기름을 흥건하도록 쳐서 주무르면 풋나물 중에 극상등이요,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많이 먹으면 설사가 나므로 조금만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두릅은 냉한 성질을 가진 음식이라서 몸이 차가운 성질을 가진 사람이나 많이 먹게 되면 설사나 배탈이 나기 쉬우니 적당량을 먹는 것이 좋다. 두릅을 구입할 때는 두릅순이 연하고 굵은 것, 잎이 피지 않은 것, 향기가 강한 것이 좋다. 두릅은 깨끗한 종이에 싸 0~5℃에서 냉장보관하고, 향을 즐기는 산채나물이므로 오래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두릅을 오래두고 먹으려면 데쳐서 급속냉동 시키거나 완전 건조시킨다. 잘 말린 두릅은 볶아서 마시는 차로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두릅향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이 모임을 선두로 여기저기서 필자의 지인들은 올 봄에도 어김없이 자연산 참두릅으로 마음을 전해올 것이다. 그 두릅은 쌉싸래한 맛과 향으로 춘곤증을 한방에 훅 날려 보내고 건강한 웃음을 줄 것이다. 그 두릅은 마시는 차로 재탄생하여 그 누군가에게 전해져 혼란한 세상에서도 기쁨을 발견하게 해줄 것이다. 기쁨의 길은 연결이고 슬픔의 길은 분리이다. 산채의 제왕 연두빛 두릅으로 연결된 따뜻한 봄, 우리는 서로에게 선물이다. 기쁨이다.

박금옥 개운초등학교 영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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