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산꾼 진희영의 영남알프스 속으로 - (7) 방음산과 장군봉(상)

▲ 풍혈은 높은 산등성이나 산기슭에 바람이 불어 나오는 바위틈이나 구멍을 말한다. 방음산에도 풍혈이 있다. 산 정상 왼쪽 아래 작은 바윗돌 사이에서 바람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직 찬 기운이 감도는 요즘에는 수직 깊은 곳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한겨울에도 주변에는 새파란 이끼가 낄 정도다. 신기하게도 한여름이 되면 시원한 바람으로 바뀐다.

영남알프스 북쪽사면에 위치한 산들로
경북 청도군 운문면 일대에 위치
운문사 인근 청도인공암벽장 지나면 초입

방음산 정상 왼쪽 아래 풍혈 있어
굴의 깊이는 대략 4~5m 정도
굴 주변 온도 10~15℃ 유지

전망대 지나 장군봉 가는길 완만
능선에 펼쳐진 나무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이방인의 방문 반겨주는듯

방음산(芳音山)과 장군봉(將軍峰)은 영남알프스 북쪽사면에 위치한 산들이다. 지리적으로는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와 박곡리에 각각 해당된다. 운문지맥이 옆가지를 뻗쳐 범봉(962m)에서 북쪽으로 흘러가는 능선 상에 위치한 봉(峰)우리로 도상거리 12km를 일컫는다. 이 능선에는 삼지봉(904m), 서래봉(663m) 을 비롯하여, 해들깨봉(614m), 까치산(615m)등을 거느리고 있으며, 방음산(581m)과 장군봉(507m)도 이 능선 상에 있다. 또한 방음산 풍혈, 굴렁쇠바위를 비롯한 못(안)골폭포 또한 이 능선자락에 있다. 이 중 방음산 정상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풍혈(風穴)은 볼수록 신기하다.

방음산과 장군봉을 가기 위해서는 언양에서 24번 국도를 따라 석남사 방면으로 간다. 덕현 교차로를 만나는 지점에서 69번 지방도로를 따라 경주, 청도 방면 가지산온천을 지나 운문령(재)을 넘어 경상북도 청도군으로 접어든다. 운문산 자연휴양림을 지나고 삼계마을 지나 운문사 입구 삼거리 갈림길에서 운문사 방향으로 2~3분정도 가다보면 오른쪽에 황소머리모양의 인공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청도인공암벽장(靑道人工巖壁場)이다.

 

이 곳은 오토캠핑장이 있는 곳으로 이번의 산행 들머리(초입)도 이곳에서 시작된다. 인공암벽 오토캠핑장은 운문사 초입에 위치한 야영장으로 최대 소형텐트 107동, 대형 72동을 설치 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화장실 2동과 음료수대 3개소가 있고 인공암벽장도 마련되어 있다. 야영장 가운데는 자동차 150대를 수용하는 주차장도 있다. 인공암벽장은 소싸움의 고장을 상징하는 황소모양의 형태를 하고 있다.

방음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캠핑장에서 왼쪽으로 끝까지 들어가면 곧바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오른쪽 산 사면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지는데 초입에는 많은 시그널이 걸려있고 곧바로 된비알이 시작된다. 조금 뒤 그윽한 솔향기가 코끝을 자극하고 조그마한 너들을 지나면 갈지(之)자 모양의 오름이 시작된다. 20여분 뒤 하늘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고 길 왼쪽 첫 번째 전망대에 올라선다. 영남알프스 북쪽사면의 산군들이 하나, 둘 시야에 들어오고 오늘 산행의 메인(Main)인 장군봉과 그 뒤로 억산의 모습도 조망된다. 첫 번째 전망대를 지나 약간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10여분정도 오르면 능선에 올라서게 되는데, 이때부터 좌·우로 조망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두 번째 전망대에 도착하면 조금 전 올라왔던 운문사 공룡주차장 부근과 장군평과 맞은편 신선봉이 가까이 다가온다. 전망대를 지나 조금만 오르면 오른쪽은 신원3리 솔개식당에서 능선을 따라 올라오는 길과 마주하게 된다.

▲ 방음산 등산길에서 뒤돌아보면, 산 아래 청도 운문사가 들어온다.

이 때부터 능선은 호젓한 숲속 길로 변한다. 왼쪽 장군봉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눈으로 느껴질 즈음 풍혈(風穴)이 있는 방음산 정상에 올라선다. 방음산 정상은 울산 어울림산악회에서 세운 조그마한 정상석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의외로 밋밋하다. 대부분 산 정상은 봉우리가 볼록하게 솟아오르거나 바위로 이루어져 있으나 방음산은 이렇다 할 특색이 없다.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정상석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풍혈이 위치한 방향으로 시야(視野)가 조금 열려있으나 그것마저도 나뭇가지가 방해를 해 온전치 못하다.

방음산 풍혈(風穴)은 정상 왼쪽 아래 작은 바윗돌이 돌출된 곳에 있다. 굴의 깊이는 대략 4~5m정도다. 수직에 가까운 깊은 곳 어디선가 따뜻한 바람이 나와서 풍혈(風穴) 이라 부른다. 굴 주변의 온도가 10~15℃ 정도로 엄동설한에도 굴 주변에는 새파랗게 이끼가 자라나고 있다. 참 기이한 현상을 엿볼 수 있다. 풍혈은 충북 보은 구병산 풍혈과 경남 김해 생림 작약산 풍혈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 장군봉에서 바라본 전경. 지난번 소개한 범봉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기이한 현상을 하고 있는 풍혈을 뒤로하고, 방음산 정상을 내려와 장군봉으로 향한다. 약간의 비탈길을 내려서면 왼쪽으로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오고, 그다음 오른쪽 갈림길은 까치봉으로 향하는 길이다. 진행방향 직진하여 장군봉과 해들깨봉(614m)으로 향한다. 1분여 뒤 등산로는 다시 두 개의 갈림길로 나눠지는데, 왼쪽 비탈사면 길은 장군봉으로 직진하는 등산로이고, 약간의 오름길을 따르면 해들깨봉으로 향하는 등로가 이어진다.

‘독종골만당’ ‘호거산’이라 부르기도 하는 해들깨봉은 청도 방음리에서나 청도 박곡마을에서도 산행이 가능하다. 시간이 허락하면 이 코스로도 한번쯤 찾아가보기를 권한다. 갈림길에서 해들깨봉만 갔다가 다시 돌아오려면 20여분은 족히 걸린다.

▲ 영남알프스 북쪽사면 방음산(581m)에 올라서면, 같은 능선을 따라 건너편 장군봉(507m)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갈림길에서 왼쪽 장군봉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잠시 후 오른편으로 시야가 탁 트이는 바위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 대비사저수지(박곡저수지)와 그 뒤로 천년고찰 대비사와 억산, 귀천봉의 능선이 뛰어나 보이고 간혹 대비사의 염불소리도 귀전에 맴돌다가 사라진다.

▲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전망대를 지나 진행방향 장군봉으로는 가는 길은 편하다. 주변은 소나무와 잡목들이 주종을 이루고 능선 좌·우로 불어오는 바람은 이방인의 방문을 반겨주는 듯 발걸음조차 가볍다.

얼마 후 나뭇가지에 가려 시야가 불분명하지만 희미하게 하얀색을 띤 암릉이 서서히 나타났다가 없어지를 몇 차례 거듭하다가 이름 없는 커다란 무덤을 지나면 너덜과 약간의 오름이 시작된다. 조금 뒤 거대한 바위벼랑 아래에 도착한다. 바위 암릉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을 눈여겨 봐둘 필요가 있다. 왼쪽은 장군봉을 경유 한 뒤 하산시 통천문(通天門)을 볼 수 있으며, 오른쪽은 바로 장군봉으로 향하는 등로이다.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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