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올해 미국프로야구 정규리그 첫 선발 등판에서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그보다도 훨씬 큰 소득을 얻었다.

2015년 수술한 왼쪽 어깨와 지난해 메스를 댄 왼쪽 팔꿈치의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4⅔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안타 6개를 맞고 2실점 했다.

▲ 빠른 볼 평균 구속 시속 145㎞로 올린 2017년 류현진 [AP=연합뉴스]

팀이 1-2로 패해 패전투수를 피할 수 없었지만,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투구 결과를 긍정적으로 좋게 생각하겠다"며 희망 섞인 반응을 보였다.

류현진은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이던 지난해 7월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한 2016시즌 유일한 등판 이후 274일 만에 빅리그 마운드에 돌아왔다.

세 시즌 만에 맞이하는 4월의 등판, 하필이면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다저스의 시즌 첫 방문 경기 등 부담을 느낄 만한 요소가 적지 않았으나 류현진은 삼진 5개를 뽑아내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올해 4차례 시범경기 등판에서 투구 수를 77개까지 끌어올린 류현진은 이날도 77개만 던지고 1-2로 뒤진 5회 2사 1, 3루에서 강판했다.

시즌 초반 선발 투수들의 투구 수를 80개 정도로 제한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추가 실점을 막고자 류현진을 교체한 것이다.

왼손 투수만 나오면 울렁증을 보이는 동료 타자들 탓에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으나 류현진은 마운드를 떠날 때까지 평균 구속 145㎞를 유지해 미국 언론과 팀 관계자들의 우려를 걷어냈다.

내야 안타를 내준 마지막 타자 카를로스 곤살레스에게 던진 빠른 볼의 구속은 시속 146㎞로 측정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류현진의 어깨가 확실히 호전됐음을 알 수 있다.

류현진은 작년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초반 최고 시속 148㎞의 공을 던지다가 4회 이후 급격한 구속 감소를 겪었다. 강판 당시 구속은 137㎞로 떨어졌다.

이날 찍은 강판 당시 최고 구속보다 무려 시속 9㎞나 느렸다.

하지만 어깨를 단련한 뒤 맞이한 올 시즌엔 전혀 달랐다.

1회부터 150㎞ 강속구를 꽂은 류현진은 경기 후반까지 빠른 볼 평균 구속 145㎞를 유지했다. 긴 이닝을 소화할만한 체력이 부족해 5회를 넘기진 못했으나 구속만큼은 전성기 시절을 거의 회복했다. 
어깨 수술 후 지난해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페이스를 끌어올리던 류현진은 어깨의 유연성과 근력이 떨어져 시속 150㎞에 육박하는 공을 거의 던지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수술 후 640일 만에 치른 빅리그 복귀전에서 결국 평소 강점을 보인 샌디에이고 타선에 배팅볼 얻어맞듯 난타 당해 고개를 떨어뜨렸다.

팔꿈치도 수술해 일찌감치 작년 시즌을 접은 류현진은 '마지막'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지난겨울 평소 친분 있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를 찾았다.

독감에 걸리고도 하루도 운동을 쉬지 않는 투혼을 발휘한 류현진은 어깨 근력과 유연성을 강화하고 체내 근육량도 크게 늘렸다.

서울 잠실구장 LG 트윈스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과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등 김 코치와의 재활 훈련으로 류현진은 2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참가 전까지 최고 구속 시속 138㎞를 찍고 시즌을 준비했다.

시범경기에서 다시 148㎞로 최고구속을 늘린 류현진은 정규리그 첫 등판에 맞춰 최고 구속과 평균 구속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류현진은 경기 후 "어깨와 팔꿈치에 통증을 느끼지 않고 탈 없이 던진 것에 만족한다"면서 "투구 수와 투구 이닝을 늘리면 체력도 올라올 것"이라며 두 번째 등판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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