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은은하고 운 좋게 별똥별도 볼 수 있는 어느 여름날 밤. 잔디밭에 텐트를 쳐놓고 엎드려 책 읽는 소년과 편안한 차림으로 산책하는 부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분수대에 올라앉은 다람쥐도, 마주 보며 웃음 짓는 고양이들도 평화롭기만 하다. 기차역은 야간열차를 타고내리는 사람들로 분주하고 호수공원 풍경도 마찬가지.

그림책 '수잔네의 밤'(보림)을 펼치면 작가의 시선을 따라 마을을 한 바퀴 산책하게 된다. 시끌벅적한 사건이나 마법 같은 판타지 없이도, 무심한 듯 어울려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준다.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오리와 나란히 호수 둘레를 걷다 보면, 밤이 무섭다는 꼬마 독자들 생각은 싹 사라질 듯하다.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가 그렸다. 국내에서도 사랑받은 전작 '수잔네의 사계절'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글은 없고, 책장을 모두 펼치면 길이 4m짜리 병풍 모양이 된다. 윤혜정 옮김. 14쪽. 1만5천원. 3세 이상. 연합뉴스

▲ 수잔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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