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주)심지 정재욱 대표

▲ AR(증강현실)을 활용한 보급형 시뮬레이터 개발업체 (주)심지 정재욱 대표가 굴착기 시뮬레이션을 시연하고 있다. 장태준 인턴기자

17년째 대학서 학생 가르치며
범용 굴착기 시뮬레이터 제작
육군 공병대에 수십여대 납품
굴착기 실기시험때 좋은 성과
다른 중장비로 확대도 준비

울산 남구 무거동에 위치한 (주)심지는 VR(가상현실·Virtual Reality)·AR(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활용해 굴착기 등 건설장비 가상훈련 콘텐츠 개발에 성공한 울산에 몇 안되는 4차 산업혁명 분야 벤처기업이다.

굴착기 등 건설장비 시뮬레이터는 VR(가상현실) 기술로, 문화콘텐츠는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최근 육군에 VR(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한 굴착기 면허시험 시뮬레이터 납품에 성공하면서 울산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VR·AR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울산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겸 (주)심지 대표를 맡고 있는 정재욱 대표(51)는 17년째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교육자로서 실무경험이 부족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졸업 후 곧바로 실무를 접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실무경험이 없는 교수의 수업은 반쪽짜리 교육일 수 있다는 판단에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가상훈련 시뮬레이터를 창업아이템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창업 초기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제작회사로 출발했다. 유아용 교육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뒤 산업 안전에 관심이 많던 그는 건설장비 가운데 굴착기가 위험사고 발생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6개월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굴착기 시뮬레이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앱 출시 후 실제 훈련을 하고자 하는 이들의 요청이 늘어나면서 중장비학원 관계자의 자문을 얻어 굴착기면허 실기시험을 위한 시뮬레이터 개발에 관심을 가졌다.

정 대표는 실감 나는 시뮬레이션에 꼭 필요한 기어장치를 우선 개발했다. 가상훈련 분야는 기기작동 연습을 위해 입력장치의 성능이 매우 중요하다. 훈련하는 장비마다 입력장치가 다르고 한가지 장비에도 여러 가지 장치가 필요한 터라 개발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작동 시 실제와 거의 유사해 사용자로부터 좋은 평을 듣고 있다.

(주)심지는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해 머리에 쓰는 영상기기를 사용하는 HMD 버전과 컴퓨터 모니터를 이용해 훈련할 수 있는 모니터 버전을 함께 출시했다.

시뮬레이터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판로도 자연스럽게 열렸다. 굴착기 면허 시뮬레이터의 개발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 쯤 육군에서 공병대 굴착기 운용 병사의 훈련을 위한 장비를 수소문하다 정 대표의 업체에 연락해 왔다. 군의 납품 과정은 까다로웠지만, 무상 임대 등을 거쳐 제품의 성능에 만족한 군은 지난해 굴착기 시뮬레이터 십여 대를 구입했다. 장비를 구입한 공병부대에서는 시뮬레이터 도입 후 면허시험 합격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정 대표는 “첫 시도인 굴착기 시뮬레이터에 대한 고객사의 반응이 좋아 컨테이너 크레인 등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다른 중장비로도 분야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많은 지게차의 시뮬레이터 출시도 앞두고 있다.

정 대표의 업체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문화콘텐츠 사업으로의 확장도 꾀하고 있다. 특히 지역특화 문화콘텐츠 사업의 일환으로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반구대 암각화 관련 서적도 출간 예정이다.

정 대표는 “올해 창업 5년 차를 맞은 만큼 사업을 안정화하면서 홍보도 활발히 할 계획”이라며 “특히 올해 울산대가 바이오특화형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된 만큼 의료분야 가상현실 훈련이나 가상현실을 이용한 의료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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