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 오빠에 대한 막내 여동생의 살가운 추억 담아

▲ <세월이 이상하게 흐른다>

우리나라는 전기(傳記)나 회고록(回顧錄), 자서전(自敍傳)을 남기는 문화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조선시대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근세에 들어와서 그런 것 같다는 의견에 공감하기도 한다.

요즈음 들어서는 기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록을 남기려는 노력도 눈에 띄는 게 사실이다.

대통령 기록물 이야기가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사초(史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기록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 면도 있다.

스스로 기록하든, 남의 손을 빌리든 한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를 정리해서 전하는 것은 역사와 전통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하겠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사대부(士大夫)의 문집들이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냥 전해져 왔겠는가.

특히 가족을 비롯한 지친(至親)에 대한 기록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가가호호 권할 만한 일이다.
 
물려주는 재산은 어떻게 될지 몰라도 책으로 펴내서 사고(史庫) 역할을 하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보관해 놓으면 대대손손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세월이 이상하게 흐른다>(운정 고정자 지음/ 새로운사람들 펴냄/ 228쪽/ 1만2000원)는 이런 소박하고 절실한 염원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반가운 책이다.

띠 동갑의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살가운 오누이의 정이 곳곳에서 풍겨 나오는 글을 읽어 나가다 보면 살아생전 오빠의 인생을 유추해보는 게 어렵지 않다.

하필이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 사이에 오빠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몸 둘 바를 모르는 막내 여동생의 심경은 더욱이나 간절하게 다가온다.

“집에 초상이 났는데도 안 오고 뭐하고 있노?”/ 평소 오빠의 쩌렁쩌렁한 음성이 귀를 때린다./ 하필이면 지금 내가 왜 시차 9시간,/ 밤낮이 바뀌는 지구 반대편에 서 있어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본문 31쪽)

이 책은 1부 ‘맘마미아 서유럽 9박10일’, 2부 ‘울 오빠 이렇게 살았었다’, 3부 ‘오빠야 가고 나서’, 4부 ‘제자들의 졸업 40주년’ 등 4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평소 살던 대로의 토속어인 사투리가 풍부하게 구사되고 있어 읽는 맛을 더해준다.

제목도 오빠가 입원했을 때 했던 “세월이 이상하게 흐른다”라는 말로 정했다.

지은이의 오빠 고(故) 고일영은 1938년 부산 기장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평생 교직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지은이도 오빠의 영향을 받아 부산교육대학을 졸업하고 평생 교직을 천직으로 삼아 교단을 지켰다.

마침 첫 근무를 했던 초등학교의 제자들이 지난해 12월 졸업 40주년 기념행사에 초대하면서 그 기록과 함께 교직생활의 사진 몇 장도 책에 실을 수 있었다.

‘여자는 교사가 최고다’라는 오빠의 말에 따라 교직의 길로 들어섰던 막내 여동생은 ‘교사로서 나는 성공했다’고 회고하는 오빠를 자랑스러워한다.

“오빠의 인생에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는 말로 같은 교직의 길에서 ‘큰 바위 얼굴’처럼 이정표가 되어준 오빠를 그리워한다.

지은이는 1950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여고, 부산교육대학을 졸업했다.

교직의 길을 걸었고, 2007년 서예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부산서예대전 초대작가이며, 국제난정필회, (사)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회원이다.

표지 제호와 사진도 지은이가 직접 쓰고 찍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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