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환 사회부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이 7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시장 이전과 재건축의 두 가지 사업추진 방식을 놓고 5개 법인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은 게 원인이다. 여기에다 울산시의 소극적인 행정까지 겹쳐지면서 광역시 격(格)에 맞는 도매시장 현대화는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1990년 개장해 노후화된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현대화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의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0년 9월부터다. 시설 노후화와 부실한 관리·보수, 저온저장시설 부족, 비효율적 주차관리 등으로 도매시장의 기능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시는 현대화를 위해 2012년 용역을 진행해 남구 야음근린공원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일부 도매법인들이 현 위치에서 재건축을 해야 한다며 이전을 거부했고, 결국 450억원에 달하는 국비지원 대상(법인 100% 합의 조건)에서 탈락했다. 이후에도 법인들간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고, 결국 올해도 현대화 사업은 물건너갔다. 뿐만 아니라 용역의 시효(유효기간 3년)가 만료되면서 앞으로 최소 2년은 국비 지원에 응모할 자격조차 잃게 됐다.

분명한 것은 현대화사업 지지부진으로 법인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건물 노후화로 인해 안전 문제가 심각한 데다 농산물 반입과 판매시설 등이 미비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대로라면 농수산물도매시장은 대형마트 등과의 경쟁에서도 더욱 밀려 쇠락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엄격한 의미에서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일반시민, 소비자들을 위한 시설로 시민이 최대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도매법인의 이윤창출만을 위해 설립된 시설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 대구, 경기도 구리, 충북 청주가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에 뛰어들며 치열한 국비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울산시가 더이상 허송세월을 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울산시의 적극적 태도가 요구되는 이유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결단할 때 못하면 도리어 화를 입는다라는 말이 있다.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이겨내고 읍참마속(泣斬馬謖)하지 못하면 시민의 칼날을 받을 도리밖에 없다. 광역단체의 격에 맞는 울산시와 법인들의 용단을 기대해 본다.

최창환 사회부 cchoi@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