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형 법무법인 태화 변호사

학창 시절 코즈모폴리탄(cosmopolitan)이란 말에 매료된 적이 있다. 지정학적으로 고립된 존재로 남아 있을 수 없는 우리나라의 운명에 대한 통찰 부족으로 국수주의를 고집하다 결국 세계정세의 흐름에 순항하지 못하고 좌초해야 했던 우리의 불행한 역사에 대한 반작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벌써 40여년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이 크게 상승하면서 외국인의 우리나라로의 이주 및 정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바야흐로 우리는 세계주의, 세계주의자를 일컫는 코즈모폴리탄과 코즈모폴리타니즘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가 되었다.

행정자치부와 통계청 및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다문화가족은 31만명 정도였고, 40년 후인 2050년에는 220여만명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2015년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 즉 다문화가족은 이미 17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었고, 2020년에는 5가구 중 1가구가 다문화가족 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다문화가족의 숫자와 인구 점유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다문화가족의 정착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기존 순혈주의로 인한 배타적인 인식의 전환을 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할 것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다문화가족이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가족을 총칭하는 것인데, 주로 결혼을 통한 이주민과 근로자로서의 취업 이주민이 대종을 이루고 있고, 산업수도로 일컬어지는 우리 울산의 경우 결혼 이주민보다 근로자 이주민이 압도적이다. 외국인을 핵심 요소로 하는 다문화가족의 존재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의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에 있어 인구감소 및 노령화의 완화, 노동인구의 공급원으로서 현실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그 비중은 점점 높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 울산광역시와 구군 지자체에서도 다문화가족의 정착과 지역사회와의 융화를 위한 다방면의 지원과 실효성 있는 재정집행을 통해 다문화가족과의 소통과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좀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 요구된다.

근래 들어 일시적으로 다문화가족의 증가 비율이 감소하고 있고, 결혼이민의 상대 국가에서 우리나라 국민과의 결혼이민을 금지하는 일이 발생한 것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정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경고음이라 할 것이므로, 발 빠르게 원인과 해법을 진단하여 해소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실기(失機)로 인해 또다시 역사적인 과오를 되풀이 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구려 유민을 지배층으로 하여 다양한 북방민족을 포용하여 다문화국가를 이루었던 발해의 흥망성쇠도 다문화민족간의 갈등해소와 화합에 있었던 것임을 역사적 교훈으로 되새겨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최근 울산시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울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와 통합하여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을 도모하고 있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고, 남구청의 기관장과 실무책임자가 열린 행정으로써 자칫 역차별의 볼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는 것까지 고려하여 두 기관 사이에서 균형있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덧붙여 울산시에서도 시민들이 다문화가족을 포용하는 이해와 화합의 장을 좀 더 많이 만들어 주고, 다문화가족이 우리나라, 우리사회에 진정으로 융화될 수 있도록 울산 대표신문 경상일보가 보도와 편집, 그리고 기획에 지면을 좀더 할애해 줄 것을 기대한다.

권오형 법무법인 태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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