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울주군 봉계리

▲ 중리천 좌우주변, 냉풍막이 많은 나무들.

봉계리 계당마을에 계당숲 있었지만
경지정리사업으로 전답 들어서자
마을의 40~50대 남자 사망 잇따르고
가세 기울어지는 집들도 속출

북풍 막아내는 숲 훼손해
좋지않은 일 발생했다고 추정
봉계교 하류 복안천과 중리천에
냉풍막이 숲 조성하면 옛 영화 찾을듯

자연을 대상으로 한 전통풍수지리학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좋고 발전적인 기운은 더 얻고, 모자라는 것은 수정하여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이는 오랜 경험으로 자연을 터득해 온 인과적 지혜이자 음양이치로 귀결되는 조화와 균형의 상생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조선후기 학자 이중환(1690~1756)의 <택리지>에 수록된 복거(卜居)에서 ‘대저 살 곳을 정하는 데에는 첫째 지리가 좋아야 하며 다음으로 생리, 인심, 산수가 아름다워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주거 조건에 해당하는 생리와 인심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명당기운 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특히 지리를 살펴 건강한 땅을 기초로 복스러운 기운 유지를 위해 생기 있는 땅과 여기에 의지한 물길 즉, 득수(得水)와 수구(水口)의 위치 및 크기를 세심히 관찰하였다. 그 이유는 물길이 흘러들어오고 나감에 따라 물과 연관된 바람의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득수(得水)는 개문(開門)이라 하여 평지에서는 바람이 불어오는 개방된 지형을 나타내며, 수구는 막힘으로 한문(捍門)이라 하고 주어진 공간 안에서 물이나 바람의 기운이 외부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말한다. 바람이 쉽게 통과하는 지역은 냉한 기운의 영향을 받고, 바람이 느리게 장시간 머물 수 있는 장소에는 부드러운 바람이 모이게 된다. 이렇듯 풍수지리에서 요구되는 명당 기운은 주변의 지형지물 환경 여건에 따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 형산강 상류 네 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진 봉계마을 전경.

정해진 땅에 터를 잡아 거주할 곳을 만들어 살아가는데 있어 주변 환경은 그들의 미래 운명에 있어 성공과 절망의 기준이 된다고 믿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좋은 결과를 만드는 공간의 조건을 갖춘 터와 그렇지 않은 터에서의 생활변화는 큰 폭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각종 논문을 통해 발표되었다. 그래서 땅이나 공간에 결함이 있을 때 이를 보완하고 개선하여 완성되는 터 기운을 얻고자 하는 기술이 발전되었다. 이를 풍수비보행위라고 한다.

한국의 전통마을에는 이러한 흔적이 많이 보이며 <터가 미래를 만든다>의 저자 최춘기는 자연부락이나 전통마을 동네어귀나 주변으로 숲, 돌탑, 조형물, 조산언덕, 장승, 연못 등 어떠한 지형지물을 만들어 설치하였는데 이들의 목적은 마을의 발전과 안녕을 기원하는 목적으로 조성이 되었다고 한다.

비보의 흔적으로 전국적으로 분포된 실례로는 함양의 상림숲, 안동 하회마을의 송림, 성주 한개마을 앞의 숲, 영양 주실마을 앞 비보림, 대구 옻골마을의 연못비보, 마이산 탑사의 음양탑, 부안의 돌모산 당산 등 무수히 많다,.금은 그 흔적들이 사라지고 있지만 상북면의 숲이마을, 울기등대산 송림, 사연리 달성씨 빙어담 연못비보, 과거 울산의 대도섬 숲과 성안마을의 숲, 망성리 숲 등이 있었다.

▲ 냉풍이 불어오는 북쪽이 넓게 트여 있다.

풍수비보는 물과 바람으로부터 발생되는 자연환경 풍수피해나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재해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이기에 중요하다 할 것이다.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鳳溪里)는 서북쪽으로는 복안산(552.4m), 서남쪽으로는 천마산(613.3m), 동남쪽으로는 묵장산(781.2m)의 지맥으로 둘러싸여 있고 복안천과 형산강이 합수되어 수구 처를 만들어 남출 북류하는 지세를 이룬 지역으로 넓은 수구를 가진 지역이다. 수구 안쪽으로는 봉계리의 명당수 역할을 하는 중리천과 형산강이 만난다. 중리천 안쪽에 계당마을이 있고 중리천과 복안천 사이에 계명마을, 복안천과 형산강 사이에 남명마을, 형산강 상류 지류에 이중마을 등 네 개 마을이 있다.

봉계리의 평지바람구조는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과 북쪽으로 트여진 지형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첫째 명성을 높이는 천마산과 복안산의 고매한 정기로 활천리에서 들어오는 바람이다. 둘째 묵장산의 부자 되는 정기를 머금고 있는 월평리 들판에서 오는 바람이다. 셋째 인명과 재물을 손상시키는 북쪽 월산리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이들 세 바람이 서로 만나고 흩어지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봉계리의 계당마을, 계명부락, 남명마을, 이중마을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계당마을 김용수 이장에 의하면 봉계리에서 제일먼저 형성된 계당마을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포구나무로 형성된 계당숲이 빼곡하게 있었다고 한다. 국유지 2만3000㎡ 규모의 숲을 마을에서 사들여 1974년 경지정리 사업을 하면서 전답으로 바꾸어 지금은 그 흔적이 없다고 한다. 숲이 사라진 이후로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계당마을의 40~50대 젊은 남자들이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많이 죽었으며 가세가 기울어지는 집들도 있었다고 말한다. 주민 이승찬씨는 봉계에는 북풍을 막아내는 숲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훼손하여 좋지 않은 일들이 발생했다고 믿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날 숲안 보들과 숲밖 보들 사이에 있었던 계당숲은 봉계리의 보호림으로서 수문장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미리 예측한 선조들은 먼 옛날부터 냉한 바람을 막아내기 위해서 계당숲을 만들고 중리천 좌우로 나무를 심어 마을보호 숲을 조성했을 것이다.

활천리와 월평리에서 봉계리로 유입되는 온기 바람이 월산리 쪽 트여진 공간으로 흘러가며 동시에 북쪽의 한랭다습한 바람이 봉계리로 들어오게 된다. 이 바람은 마을 주민에게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질환을 야기 시키는 원인이 된다. 숲 비보는 온기바람은 유지하고 냉기 바람은 막아내는 역할을 하기에 현재의 봉계리에는 냉풍막이 숲 조성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하천정비사업으로 중리천 주변으로 늘어선 숲이 완전히 다 사라질 뻔한 적도 있었다. 좋은 기운을 유지하는 나무가 사라지는 것에 비례하여 봉계한우불고기단지도 명성에 비해 찾아오는 손님이 줄어들었던 것이다. 봉계IC가 완공되면 봉계를 찾는 손님이 많아질 거라 기대하고 있다. 한우 불고기 단지로 명성이 새롭게 부각되어 봉계리가 잘 되기 위해서는 첫째로 봉계교 하류 쪽 복안천 좌우로 나무를 심어 북쪽에서 오는 바람을 막아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둘째로는 중리천의 숲이 유지복원 되어야 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면 봉계리의 기운은 안정되어 더 크게 발전할 것으로 본다.

▲ 강상구 대왕풍수지리연구소장·풍수공학박사

월평리, 닭소, 닭새들 등 닭(鷄) 또는 달(月)을 뜻하는 지명이 많은 봉계리에서 계당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마을 북편에 있는 수령 500년 느티나무 세 그루에 연유한 것이라고 한다. 닭의 지명이 많음은 봉계리가 봉황새의 기운과 관련이 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봉황은 신령스러운 새로 그 모습에 대해서 다섯 가지 설이 있다. 예를 들면 머리가 닭이고, 턱은 제비 꼬리는 물고기 날개는 오색으로 빛나고 있다고 한다. 목에는 덕(德), 날개에는 의리(義理), 등에는 예(禮), 배에는 신(信), 가슴에는 인(仁)이 표현되어 있으며, 봉황은 벽오동만을 둥지로 하며 감천수를 마시고 대나무 열매만 먹고 산다는 전설적인 새이다.

사라진 숲을 보완하고 봉계교 하류 좌우에 새로운 숲을 만들면서 봉황의 기운과 관련된 대나무나 벽오동나무도 일부 심어 바람막이 비보 숲을 조성하면 어떨까. 그러면 봉계는 괴수나무와 봉황의 이야기 테마가 있는, 부흥하는 봉계불고기단지로 거듭나리라 본다.

강상구 대왕풍수지리연구소장·풍수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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