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포기 등 1인 가구 증가추세
혼술·혼밥·혼영 등 익숙한 세태
2035년엔 총가구의 34% 달할듯

▲ 성인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인류의 조상들을 호모 사피엔스로 부르는 것에 빗대 유엔이 2009년 보고서에서 100세 장수하는 사람들을 ‘호모 헌드레드’로 불렀다. 보고서는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는 국가가 2000년에는 6개국에서 2020년엔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호모 헌드레드 시대’로 정의했다. 우리나라는 1971년 이후 출생한 이들의 예상 평균수명을 100세로 보았다.

한 제약회사와 대한의사협회가 공동주최한 ‘5대 가족 찾기 공익 캠페인’은 ‘대대손손 건강하고 행복하게’를 슬로건으로,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건강, 장수와 행복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처음 2006년에 5대 가족으로 26가족을, 2012년 제2회 5대 가족 찾기 캠페인에서 총 22가족을 찾았다. 그 기준은 부계든 모계든, 고조부모-증조부모-조부모-부모-자녀 순으로 5세대까지 세대별 1인 이상이 살아 있는 가족을 의미한다. 세대별 평균연령은 1대 98.4세, 2대 76.2세, 3대 53.7세, 4대 30.3세, 5대 3세로 파악됐다. 5대 가족이라도 한 집에 모여 살지 않고, 흩어져 사는 게 현실이다.

‘졸혼’은 법적인 혼인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결혼생활을 졸업한다는 뜻이다. 오랫동안 남편과 아내로서의 의무를 유지해왔던 부부가 각자의 삶을 보다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고자 부부생활을 종료한다는 뜻이다. 이는 황혼 이혼과 다르며 서로 남은 인생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 한다. 졸혼은 2004년 일본 작가가 출간한 책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본에서 황혼이혼 대신 졸혼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에서도 ‘해혼’ 즉 혼인을 풀어준다는 의미로, 남자가 일정 나이에 가장의 짐을 내려놓고,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사회가 인정해주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간디의 경우도 30대 후반에 해혼식을 치르고 가정을 떠나 고행의 길을 떠났다.

최근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로 1인 가구 비중은 2005년 317만가구(15.5%)에서 2015년 520만가구(27.2%)로 늘었다. 1990년부터 2005년까지는 4인 가구가 주를 이뤘지만 2010년에는 2인 가구, 2015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를 앞질렀다.

‘오타쿠(お宅)족’은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을, 특정분야에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도 인간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전쟁놀이, 연예인사랑, 전자오락 등 한 가지 일에 빠져 취미가 생활 자체가 된 사람들이다. 오타쿠는 신인류라 불리는 현대 일본 젊은이들의 한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다.

2035년이 되면 우리나라 총가구의 34%가 1인가구가 된다고 한다. 1인가구가 많아진 직접적 원인은 독거노인과 싱글족의 증가 때문이다. 고령화시대가 되면서 혼자 생계를 책임지는 독거노인 비중이 늘었고 젊은 층에서도 평균 초혼연령이 높아지면서 20~30대 싱글족은 매년 늘고 있다.

저성장, 고령화, 청년들 취업률, 결혼율 하락으로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앞으로 자녀문제, 퇴직 후 창업실패, 금융사기, 질병, 이혼 등 노후 1인 가구의 현실적 어려움이 예상되기도 한다. 혼밥, 혼술, 혼영, 혼행은 흔한 사회 현상이 되었다. 이제 오타쿠족의 사회병리 현상도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8세 초등생을 유인해 죽인 17세 여고 자퇴생은 사회에 적응 못하고, 맞벌이 부모가 오기 전 빈 아파트에서 ‘왜 그랬는지 모르는’ 일을 태연하게 벌였다. 지나친 고립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새로 나온 한 라면의 홍보를 위해 만든 일본 식품회사 사이트에 접속하면 광고모델인 배우가 농촌을 배경으로 등장한다. 1인 가구 솔로를 위한 사이트다. 인기가 급상승중인 남자 배우는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3분 동안 이런 저런 동작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3분 다 됐다”면서 ‘같이 기다려주고, 놀아주고, 앉아 있는’듯한, 마치 라면을 겸상해 먹는 듯 한 분위기를 인터넷(사이버)상에서 연출한다. ‘오타쿠 족’의 ‘인터넷 겸상’은 그나마 반가운 일인가?

성인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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