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계절밥상의 별미 주꾸미가 돌아왔다. 주꾸미는 맛도 쫄깃하고 영양도 듬뿍 담겨 있어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주꾸미’였던가 ‘쭈꾸미’였던가, 다리는 8개였던가 10개였던가 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입 속에 머금을 때가 많다. 역시나 나의 관심 대상을 벗어나 오로지 타자에 대해서만 궁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타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반영된 옹기로 반잿물주꾸미옹기통발이 있다. 이 옹기는 바다 속에 있는 주꾸미를 잡는 도구이다. 전체적인 모습은 배가 볼록하고, 구연은 저면의 크기와 유사하며 바닥 중앙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구연부는 끈을 매달 수 있도록 턱이 져 있고, 전은 통전의 형태로 일부분 이가 나가 있는 상태이다. 기물 내부는 잿물이 입혀져 있지 않고, 기물 외부만 잿물이 반쯤 입혀져 있다.
이 옹기는 주꾸미가 파도나 천적을 피해 구석진 곳으로 숨어드려는 특성을 이용했다. 주꾸미는 수심 10m 정도 연안의 바위틈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여러 개의 통발을 일정한 간격으로 밧줄에 묶어 바다 밑에 놓아두면, 문어과 동물은 그곳을 은신처로 알고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이때 배 위에서 통발을 끌어올리면 주꾸미는 바닥의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포획된다. 포획된 주꾸미는 달라붙는 습성으로 인해 옹기에서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바닥의 구멍을 통해서 나무꼬챙이를 쑤셔서 나오게 한다.
반잿물주꾸미옹기통발은 과거 오로지 생업을 위해 타자를 나로 일체화시켜 탄생한 발명품이었다. 일체화는 곧 타자에 대한 깊은 이해이자 교감을 통해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시발점이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