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4월, 계절밥상의 별미 주꾸미가 돌아왔다. 주꾸미는 맛도 쫄깃하고 영양도 듬뿍 담겨 있어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주꾸미’였던가 ‘쭈꾸미’였던가, 다리는 8개였던가 10개였던가 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입 속에 머금을 때가 많다. 역시나 나의 관심 대상을 벗어나 오로지 타자에 대해서만 궁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타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반영된 옹기로 반잿물주꾸미옹기통발이 있다. 이 옹기는 바다 속에 있는 주꾸미를 잡는 도구이다. 전체적인 모습은 배가 볼록하고, 구연은 저면의 크기와 유사하며 바닥 중앙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구연부는 끈을 매달 수 있도록 턱이 져 있고, 전은 통전의 형태로 일부분 이가 나가 있는 상태이다. 기물 내부는 잿물이 입혀져 있지 않고, 기물 외부만 잿물이 반쯤 입혀져 있다.

이 옹기는 주꾸미가 파도나 천적을 피해 구석진 곳으로 숨어드려는 특성을 이용했다. 주꾸미는 수심 10m 정도 연안의 바위틈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 반잿물주꾸미옹기통발.

여러 개의 통발을 일정한 간격으로 밧줄에 묶어 바다 밑에 놓아두면, 문어과 동물은 그곳을 은신처로 알고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이때 배 위에서 통발을 끌어올리면 주꾸미는 바닥의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포획된다. 포획된 주꾸미는 달라붙는 습성으로 인해 옹기에서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바닥의 구멍을 통해서 나무꼬챙이를 쑤셔서 나오게 한다.

반잿물주꾸미옹기통발은 과거 오로지 생업을 위해 타자를 나로 일체화시켜 탄생한 발명품이었다. 일체화는 곧 타자에 대한 깊은 이해이자 교감을 통해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시발점이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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