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중복게재 등 부정행위 만연
향토사 연구원 소양교육 절실

▲ 박채은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지역사연구가

필자는 가끔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향토사 연구는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럴 땐, 어김없이 ‘내 고향 울산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라는 지극히 단순한 답변으로 대신한다. 그렇다. 대다수의 시민들이 비록 태어난 곳은 아닐지언정 현재 살고 있는 울산이 바로 고향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므로 필자만이 아닌 120만 울산시민 모두가 울산이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울산에는 5개 구·군 문화원 부설 향토사연구소를 비롯해 임의 설립된 향토사 연구단체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에 소속된 자원이 무려 1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필자 역시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이는 모두가 자신이 살고 있는 울산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참여하는 자원이 많을수록 향토사 연구는 나름대로 진일보할 것이다. 그것은 장르와 각기 연구하는 전문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각 문화원에 부설된 향토사연구소를 보자. 아예 연구 결과를 내지 않고 있는 문화원(연구소)이 있는가 하면, 결과물을 내어도 함량 미달의 수준 이하이거나 기존 성과물을 중언부언하며 덧붙여 내는 곳도 있다. 아예 결과물을 내지 않는 곳은 울산시와 각 자치단체에서 지원해주는 지원금의 쓰임새도 의문이다. 또, 점잖게 기관의 용역보고서 내용을 조금씩 변형하고 재구성해 싣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언론에 기고했던 내용을 해당 언론의 동의를 구했다 하여 또다시 싣는 몰염치한 곳도 있다. 또는 타인의 글을 인용하면서 ‘인용 책명, 논제, 저자’의 표기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글인 양 서술하는 곳도 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지역의 각 문화원에서는 2월의 정기총회를 전후해 지난 1년간의 사업시행과 그 실적, 또는 회원들의 문화 활동사항 등을 담은 문화원지와 부설 향토사연구소 연구원들의 연구 결과물을 실은 연구지 등이 선을 보인다. 생각의 온도 차이는 있겠지만, 정말 칭찬해주고 싶은 프로그램 또는 결과물들이 있는가 하면, ‘그저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결과물도 상당수 눈에 띈다. 언제나 그랬듯이 올해도 지역의 문화원 두 곳이 여론의 화살을 비켜가지 못했다.

A문화원은 연구지에서, 타인의 글을 인용하면서 앞에서 언급한 인용에 대한 기본요건(인용 책명·논제·저자명 표기) 중 하나인 저자명을 빼버리고 글을 쓴 필자가 있었다. 그는 4년 전에도 똑같은 방법으로 그렇게 한 전력이 있다. 원저자의 강력한 항의에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었다는 필자의 해명이 있었다. 그러나 해당 문화원에서는 그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B문화원은 문화원지에서, 2016년 모 학술지에 게재했던 논문을 아무런 언급도 없이 통째로 ‘자기표절과 중복게재’라는 연구 부정행위를 자행한 필자가 있는가 하면, 검증되지 않은 엉터리 자료를 제시한 필자도 있었다. 게다가 지난해 지역 언론에서 강한 질타를 받은 이중게재는 올해도 반복되었다. 그 문화원은 이렇게 하여 올해까지 연거푸 내리 3년을 표절 등으로 인한 구설수에 오르게 되었다. 어쩜 표절의 산실(産室)이라는 오명(汚名)을 얻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울산 향토사연구계가 언제부터 이런 방향으로 흘렀는지 정말 한심하게 느껴진다. 이로 볼 때, 울산 향토사연구계의 혼탁하고 무질서한 풍토(風土)에 대한 정화(淨化)가 절실히 요구된다.

필자는 경상일보(2014년 8월28일)를 통해 ‘공적자금으로 발간되는 간행물은 철저히 검증된 인력을 투입해야 하며, 향토사 연구원들의 소양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바로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진정한 향토사 연구를 하기 위해선 직접 발품을 팔아 조사·연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인용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은 지켜야 한다. 타인의 글을 무단으로 베끼거나 자신의 글이라도 여기저기에 게재하는 행위 등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몰염치한 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이상, 울산지역 향토사연구계의 발전은 요원(遙遠)할 것이다. 언제쯤 새바람이 불어올지 앞날이 심히 우려스럽다. 빠른 시일 안에 우려가 희망으로 전환되길 필자는 간절히 바란다.

박채은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지역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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