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공식적인 해양플랜트 수주 잔량은 12기로, 이중 11기가 오는 6월을 기점으로 사실상 모두 인도절차에 착수한다. 2년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부터 수주한 해상 고정식 플랫폼 나스르(NASR) 프로젝트만이 울산조선소 야드에 남게 되는 것이다. 나스르 프로젝트는 현재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순간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부문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주절벽의 여파로 심각한 일감 부족이 우려된다. 지난해 4도크의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올해 5도크의 가동을 중단했다. 획기적인 업황개선없이는 추가 중단까지도 예견되고 있다. 그럼에도 노사가 지난해 임단협조차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물론 회사가 위기를 맞게 된 과정에 경영진의 과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불신의 빌미를 제공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일터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새로 출범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분할된 법인의 각자도생을 통해 각 분야별 글로벌 5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과 ‘품질’을 모든 경영의 핵심가치로 삼고, 2021년까지 기술개발에 3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에는 5년간 2조500억원을 투자해 선제적 기술 확보와 고품질로 조선분야 세계 1위 자리를 되찾는다는 전략이다. 노조도 지금은 당장 고통스럽더라도 회사의 생존기반부터 다지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통해 위기극복에 동참,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