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의 원인과 증상

▲ 서상일 울산제일병원 신경과 전문의가 두통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인구의 10% 이상이 겪는 편두통
소화장애·어지럼증 등 함께 나타나
뒷머리쪽 통증 긴장형 두통과 차이
심각한 두통 진통제로 버티면 위험
치료시기 놓쳐 치명적 합병증 우려

울산에 사는 직장인 A(37)씨는 지난해 말부터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두통 증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머리가 지끈거리는 정도라 참고 넘겼지만, 그 강도가 커지고 횟수가 빈번해지자 근처 약국에서 두통약을 사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두통뿐 아니라 소화불량, 손발 저림현상까지 찾아왔다. 몸에 이상을 감지한 A씨는 병원을 찾은 결과 편두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 호전될 거라 생각하며 두통약만 먹었던 것이 오히려 병을 키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생동안 한 번 이상의 두통을 겪는다. 특히 과도한 업무, 직장 내 스트레스, 잦은 회식자리 등에 노출돼 있는 직장인들이라면 만성적인 두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두통을 가볍게 여겨 방치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현대인의 고질적 질환인 두통의 원인과 증상 등을 알아보았다.

 

◇이차성 두통 방치하면 합병증 유발

지난 1월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잡코리아와 대한두통학회가 남녀 직장인 905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건강 이상 증상을 조사한 결과 ‘두통’이 67.7%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실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인구는 24.2%에 그쳐 많은이들이 두통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상당수의 두통 인구는 진통제 등의 일회성 처치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통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이러한 두통을 가볍게만 여기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두통은 특별한 원인없이 발생하는 일차성과 뚜렷한 원인 질환이 있는 이차성으로 나뉜다. 이차성 두통은 조기 진단과 치료를 소홀히 할 경우 자칫 치명적인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감기에 동반되는 두통은 가장 흔한 이차성 두통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인 감기가 호전되면 별다른 치료없이 두통도 나아진다. 하지만 심한 감기로 오인되는 뇌수막염 혹은 뇌염에 의한 두통은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감싸고 있는 뇌수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일반적인 감기보다 두통의 강도가 심하고 지속적이이다. 구역, 구토와 같은 뇌압 증가 소견이 함께 발생한다.

서상일 울산제일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뇌수막염이 의심되는 경우 뇌 컴퓨터 단층 촬영(CT)과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뇌수막의 염증을 확인해서 진단한다”며 “대부분 뇌수막염의 발생 원인은 바이러스다. 하지만 추가 검사를 통해서 세균, 결핵에 의한 뇌수막염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편두통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경험

대표적인 일차성 두통으로는 긴장형 두통과 편두통을 들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감추어진 발병 원인은 있으나 합병증과 후유증을 초래하지는 않으므로 안심하고 두통을 치료한다.

긴장형 두통은 가장 흔한 일차성 두통이다. 잘못된 자세나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뒷목의 가벼운 불편감과 뒷 머리쪽의 통증을 동반한다. 충분히 쉬면서 안정을 취하면 호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편두통은 환자로 하여금 병원을 찾게끔 하는 일차성 두통이다.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매우 흔하다. 편두통은 저절로 호전되는 가벼운 증상부터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유전적 혹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뇌의 일부가 과도하게 흥분하면서 발생한다.

서 전문의는 “과도한 흥분성이 대뇌 전체로 퍼져 나가면서 경혈관에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이어서 두통과 다양한 이상 증상을 유발한다”며 “대개 편두통은 병명처럼 한쪽 머리만 아프다고 오인하지만, 편두통 환자의 3분의 1만 반쪽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편두통은 아픈 부위와 상관 없이 반복적인 소화장애, 어지럼증 등 부가적인 증상이 함께 발생해 다른 두통과 구분된다. 편두통은 두통뿐 아니라 여러가지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구역, 구토(소화기계 증상)와 어지럼, 시야 장애, 빛과 소음에 대한 과도한 예민성, 손발 저림, 두피 통증, 기괴한 느낌 등이 다양한 빈도와 강도로 나타난다. 소화장애가 심한 편두통 환자는 소화불량으로 인한 두통으로 오인, 내과 진료를 통해 소화제만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뇌가 보내는 우리 몸의 이상 신호

두통은 뇌가 보내는 우리 몸의 이상 신호이다. 일생 처음으로 심각한 두통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두통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두통을 소홀히 여겨 진통제만 자가 복용하며 참는 건, 위험하므로 삼가야 한다.

서 전문의는 “정밀한 진단을 위해서는 MRI, CT, 혈액검사, 두경부 엑스선 촬영, 뇌파 검사, 뇌혈류 검사 등이 필요하다”며 “두통은 근육긴장으로 인해 발생한 통증부터 생명과 직결되는 다양한 질환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으므로 만성, 또는 고강도의 두통의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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