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 울산문화재단](하)문화예술 컨트롤타워 안착 서둘러야

비전선포식, 교과서식 발표에
‘속 빈 강정’ 우려 목소리 고조
공청회 등 지켜보자는 의견도

“교과서적 표현일 뿐 울산문예계에 어떤 비전을 제시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10일 ‘출범 100일 울산문화재단의 비전 선포식’ 이후 참관자들 중에서는 이같은 반응을 내놓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재단이 내세우는 비전(예술로 새롭고 문화로 행복한 더 큰 울산)과 미션(품격있고 따뜻한 문화예술도시 구현)이 딱히 나쁘다고 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날 행사장에 모인 시민들은 그 같은 추상적인 내용을 듣기 위해 모인 건 아니었다. 재단의 사업은 무엇인지, 어떤 구체안을 갖고 있는지, 호기심과 기대감을 충족시킬 줄 알았는데 오히려 궁금증만 더 키우게 됐다고 토로했다.

도대체 지난 100일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부터 준비가 너무 덜 됐다는 최악의 평가까지 나왔다. 한 문예단체 실무국장은 “보여주기 보다는 내실있는 재단이 됐으면 좋겠다. 지역문화발전이 아니라 예술정책 왜곡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실질적인 예술진흥책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또다른 문화예술 기획자는 “모범답안이긴 했으나 교과서처럼 원론적이었다. 지역문화재단이 가져야 할 창의와 열정, 무엇보다 지역성이 결여돼 너무 일찍 행사를 추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축제 기획자 또한 “울산예술계가 제시하지 못했던 참신한 비전이 나올 줄 알았다. 아쉽다. 발전적인 전략과 과제가 도출하겠다니, 기대를 걸 수밖에…”라고 말했다. 한 전통무용인도 지역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행사의 취지는 공감하나 발표 내용은 고민의 깊이가 없어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른 지역문화재단이 가진 것, 그 이상을 넘지 못했다. 울산만의, 차별화 된 특색을 제시해야 올바른 비전”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포식이라는 행사명 때문에 오해를 키운 것 같다며 출범 100일 맞이 신고식 정도로만 해석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시기적으로 아직은 채찍 보다 당근이 필요할 때라는 의미였다. 한 기초단위 문화원장은 “선포식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비전을 구체화 하는 과정을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또다른 시민단체 대표는 “선포식 내용이 ‘뜬구름’에 그치지 않으려면 울산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출범 100일 행사를 지켜본 시민들 사이에는 ‘속 빈 강정’이라며 우려감이 상당했지만, 그 가운데는 ‘재단주관으로 추진 될 공청회와 토론회가 남은만큼 애정을 갖고 좀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분명 존재했다.

울산문화재단의 역할은 문화예술도시 울산의 실천적인 컨트롤타워다. 재단의 비전과 목표가 미사여구로 포장된 단순 퍼포먼스로 평가절하되지 않으려면 어떤 전략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할 지 하루빨리 울산만의 특화된 구체안을 수립해 시민들의 관심에 부응하는 더 큰 과제가 남아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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