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으로 초년의 성공
보수·진보 갈등에 중년이혼 위기
소통으로 노년 실패만은 막아야

▲ 김진규 법무법인 재유 울산대표변호사 변리사

각자가 생각하는 인생 3대 실패는 다를 수 있지만 필자는 초년 성공, 중년 이혼 그리고 노년 실패를 인생 3대 실패라고 생각한다.

초년에 성공한 사람은 그 성공에 취해 겸손하기 어려워 곧 더 큰 실패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중년 이혼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여유를 어느 정도 가졌을 때 현재보다 더 좋은 미래가 좌절되는 측면이 있다. 부부간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부부간의 소통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노년 실패는 초년·중년 실패와는 달리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이나 열정이 없기 때문에 그 실패의 결과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노년의 실패는 인생에서 지켜야 하는 원칙, 타인과의 소통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다양한 경험으로 축적된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듣기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우리들은 타인에 대해 겸손하고 소신과 원칙을 준수하며 소통능력도 뛰어나다고 칭찬하는 경우가 있다. 꽤 괜찮은 평가에 사람들은 더 겸손하려고 하고 소신과 원칙을 지키며 주변과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겸손하다는 것은 ‘내가 낸데 라고 하지 말라’는 말에서 잘 나타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에서도 볼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약자이거나 가진 것이 없어 얻으려는 과정에서는 억지로라도 겸손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거나 원하는 것을 얻은 다음에도 겸손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갑의 입장에서 을에게 겸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고 상대를 제압하기 쉬울 때 사람들은 원칙을 지킨다. 그러나 자신에게 불리, 오히려 상대방이 유리할 때도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법조계에서 전관예우의 문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문제라고 비판은 한다. 그런데 막상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면 최근에 개업한 전관변호사를 찾는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의료문제에서도 좋은 병원이나 유명 의사로부터 수술날짜를 빨리 받기 위해 아는 사람을 통해서 새치기라는 부탁을 한번씩 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또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하고는 술자리도 하면서 소통의 부족을 느끼지는 않는다. 반면 자신의 생각과 정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거나 경제·정치적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사람들과는 소통을 잘하기가 어렵다. 정작 소통이 필요한 상황은 상대방과의 갈등이 발현된 곳에서 상대방이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왜 고집하는지를 이해하고 풀어나가야 하는 때일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하고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잘 설명할 필요가 있는 자리일 것이다.

무리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통해 동남아의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초년 성공을 이루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자본이 축적된 경제 상황에서 지속적 경제 성장과 분배, 복지의 문제가 정치권과 복잡하게 얽히고 양극화의 문제로 꼬여서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져 있는 상황이다.

사랑했던 부부가 사랑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시기에 이혼은 반드시 피해야 하는 문제인 것처럼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는 중년이혼이라는 문제를 반드시 피해 가야한다. 진보와 보수가 다투는 것은 생각이 달라서 그런 것이지 어느 한쪽이 틀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진보든 보수든 자신이 갑이고 상대방이 을이라고 생각한다면 겸손해야 한다. 자기에게는 불리하고 상대방에게 유리한 경우에도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갈등상황에서는 같기 때문에 논쟁하고 다르기 때문에 화합한다는 화쟁 사상을 교훈삼아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소통이 더더욱 필요하다.

우리는 얼마 전 재기가 불가능한 노년 실패의 극단적 사례를 한 사람의 구속을 통해서 보게 되었다. 그의 노년 실패는 탄핵이나 형사사건에서 몇명되지 않는 변호인조차 제대로 선임하지 못하고 업무를 분장하지 못하는 능력부족에서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화장실 가기 전후가 전혀 다른 겸손함이 부족해서 일 것이다. 자신이 불리할 때는 소신과 원칙을 저버렸으며, 갈등상황에서는 소통보다는 불통을 택했다. 우리의 진보나 보수도 겸손의 부족이나 잘못된 원칙의 적용 그리고 소통의 부족으로 죽을 때까지 만회할 수 없는 노년 실패의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김진규 법무법인 재유 울산대표변호사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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