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다가오는 일요일은 기독교의 2대 명절인 부활절이다. 부활절을 맞이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며 각종 행사를 한다. 음악계는 부활절 음악회를 한다. 예수의 생애 중 특별히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다양한 음악형태로 연주를 한다.

전 세계 음악회장은 전문분야에 따라 부활절 음악회를 특징적으로 계획해 연주한다. 각 교회들은 당연히 부활절 음악회를 하는 것이 상식화돼 있다. 그 이유는 예수의 생애에서 죽음과 부활은 기독교인은 물론이요, 전 인류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산주의 국가는 기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 더구나 예수의 부활을 믿지않는 유물론적 사고로 체제를 유지해왔기에 부활절을 지키거나 축하한다고 하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다.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 셈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일부인 마카오에서는 해마다 부활절이 되면 부활절 음악회를 한다. 마카오교향악단 주최로 열리는 부활절 음악회는 연중 음악행사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1~2년 전부터 연주할 곡도 정하고 출연자도 섭외해서 수준높은 음악회를 연다. 올해도 우리 국립합창단을 초청해 부르크너의 ‘미사’를 연주하려 계획했으나 국립합창단의 일정상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 국립합창단과 비슷한 연주력이 있는 합창단이 국내에는 많이 있기에 국내의 다른 합창단을 추천하려 했으나 각 합창단의 사정상 마카오부활절음악회가 성사되지 못했다.

출연조건만 봐도 세계음악계에서 보기 힘들만큼 파격적이다. 모든 출연자 합창단 70여명의 항공료와 숙식은 물론이요 출연료까지 지급하는 완벽한 조건이다. 그러나 한국합창단의 마카오부활절음악회 출연은 결국 무산됐다. 한국의 성악가 몇명을 초청해 오케스트라와 독창으로 협연하는 음악회로 대체하기로 했다. 예수의 생애와 죽음, 부활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살아가는 중국의 마카오에서 인류에게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얼마나 큰 역사적 희망이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인류에게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인지 생각하며 올해 부활절음악회는 아쉽게 무산됐으나 마카오오케스트라 측에서는 곧바로 내년 부활절 음악회출연을 요청했고 필자는 내년엔 꼭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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