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름다운 깃털은
오솔오솔 돋던 소름이었다지
창공을 열어 준 것은
가족이 아니라 무서운 야수였다지
천적이 없는 새는 다시
날개가 사라진다지
닭이 되고, 키위가 된다지

▲ 엄계옥 시인

마음으로 우리의 이솝이라고 기억하는 시인의 시다. 짧은 시에 송곳 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메기효과이론이란 것이 있다. 먼 바다에서 잡은 청어가 운송 도중 떼로 폐사해버리자 수조에 메기를 풀어 청어들이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치다보니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무사안일과 나태에 빠지면 안 된다는 내용의 시다. 천적이 없는 삶은 무미건조해서 무늬가 아름답지 않다. 가혹한 환경은 생을 담금질 하는 촉매제다. 개인의 성공은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하늘을 부리는 ‘아름다운 깃털 속에는 오솔오솔 돋던 소름이 있고, 높은 창공을 열어준 것’도 가족의 지극한 보살핌이 아니라 무서운 야수였다니, 그 가혹한 환경을 껴안아 보라. 그대를 쉼 없이 춤추게 할 그 무엇이란 것이 그 안에 있음을 깨달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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