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다가 무죄를 받은 맥컬로.

1957년 12월 3일 저녁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모어.

7살 소녀 마리아 리덜프가 집 근처에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은 반세기 넘게 미궁에 묻혀있다가 2012년 퇴역군인 잭 맥컬로(77)가 기소되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맥컬로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지면서 사건은 다시 미국의 최장기 미제 살인사건으로 남게 됐다.

1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일리노이 주 제23 순회법원의 윌리엄 브래디 판사는 60년 전 리덜프를 납치·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맥컬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브래디 판사는 “법률의 변천과 이 법원에 활용 가능한 추가적 증거를 고려했을 때 맥컬로의 청원은 받아들여져야 한다”며 그의 결백을 뒷받침했다.

이 사건은 복잡하게 전개됐다.

피해자가 실종된 정황이야 간단하지만, 한동안 범인을 찾지 못해 수사기관도 손을 놓은 상태였다.

그러던 중 맥컬로의 오누이로부터 어머니가 숨지기 직전 이상한 유언을 남겼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맥컬로의 모친은 임종 병상에서 “그 두 여자아이들 말이지, 실종된 아이는 존(어릴 때 맥컬로를 부르던 이름)이 그랬어”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언급을 단서로 2008년부터 맥컬로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고, 일리노이 주 검찰은 4년 뒤 그를 기소했다.

또 하나의 증거는 실종된 리덜프와 함께 있던 친구 캐시 채프먼의 증언이었다.

채프먼은 흐릿해진 기억을 되살리며 맥컬로가 리덜프에게 접근해 목말을 태워주겠다며 어디론가 데려갔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런 증거와 증언이 더해지면서 당시 17세이던 맥컬로는 일흔을 넘겨 납치·살인 혐의로 수사기관에 체포됐고 4년 넘게 수감돼 있었다.

하지만, 다시 맥컬로의 무죄를 입증하는 알리바이가 나타났다.

입대를 준비하던 맥컬로가 리덜프의 실종 시점에 40마일 넘게 떨어진 락포드의 입영 대기소에 있었고, 그와 대화했다는 증인의 증언이 나온 것이다.

알리바이를 입증할 시간대별 움직임까지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아울러 사건 당시 여덟 살이던 채프먼이 해 질 녘 어둠 속에서 본 얼굴을 52년 만에 기억해냈다는 증언은 전문가들로부터 신빙성을 크게 의심받았다.

결국, 이 사건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결론지어졌고,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이 내려지게 됐다.

맥컬로는 “그들이 내게 한 짓은 범죄다. 그들은 내가 결백하다는 걸 알면서 나를 옭아매 교도소에 처넣었다”라며 검찰을 비난했다.

반면, 현재 생존하고 있는 실종자 리덜프의 한 자매는 “정말 진저리치는 일”이라며 몸서리쳤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