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기자·역사가·학자 등 접촉금지 대상 지정

▲ 태국 정부가 온라인 접촉금지 대상으로 지정한 앤드루 맥그리거 마셜.

태국 정부가 왕실을 비판한 전력이 있는 외신기자와 역사가, 학자 등을 접촉금지 대상자로 지정하고, 이들과 온라인으로 접촉하는 행위까지 처벌한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디지털 경제사회부는 프리랜서 언론인 앤드루 맥그리거 마셜과 역사학자 솜싹 짐티라사쿤, 파빈 차차반퐁푼 등 왕실 비판 전력이 있는 3명을 접촉금지 인물로 지정하고, 이들과 온라인을 통해 접촉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지털 경제사회부 관계자는 “이들 3명을 추종하거나 연락을 취하는 행위는 물론 이들과 콘텐츠를 나누는 행위를 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며 “이는 태국 국민이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국 군부정권이 접촉금지 대상으로 지정한 3명은 대표적인 왕실 비판론자들로 모두 해외에 체류하면서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비판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로이터 통신 아시아 특파원 출신인 마셜은 2014년 현재 집권세력인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꾸준히 왕실과 군부를 비판해 입국이 금지된 상태로 홍콩에 거주하고 있다.

솜싹은 태국 근현대사 전문가로 태국의 강력한 ‘왕실모독 처벌법’을 비판해온 인물이며, 파빈 역시 대표적인 왕실 비판론자다.

인권단체들은 태국 정부의 이번 조치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국제 앰네스티는 성명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통해 의견을 개진한 비판론자들을 투옥하고 망명한 비판론자들을 추격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그들을 국민에게서 격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이어 ”이번 조치는 반대론자들을 침묵하게 하기 위한 뻔뻔한 결정“이라며 ”태국 당국이 국민의 표현 자유를 억압하면서 또 한 번 추락했다“고 덧붙였다.

태국 인권변호사협회(TLHR)도 온라인 성명을 내어 ”사람들 간의 온라인 접촉을 막는 조항은 관련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이는 정보 접근 및 표현 자유 향유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심만 자극한다“고 우려했다.

태국에는 왕실모독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법 조항이 존재한다.

왕실모독에 관한 규정을 담은 형법 112조는 왕과 왕비, 왕세자와 섭정자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는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왕실모독 행위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지만,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군부는 이 법을 폭넓게 적용해 왕실모독 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해왔다.

최근 태국 군부는 라오스로 왕실모독 사범과 군부정권 비판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라오스 정부와 반체제 인사 정보 교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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