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연장 회사채 상환 이행확약서 놓고 ‘신경전’
산은, 상황호전시 회사채 조기상환 제안… 투자위 잠정 연기

▲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안 수용 여부를 판가름할 국민연금공단의 투자위원회가 14일 열린다. 국민연금은 이날 전주 기금운용본부에서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안을 두고 국민연금공단과 산업은행이 진행 중인 실무협상이 막판에 진통을 겪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4일 산은 측에 만기 연장 회사채의 상환 이행 약속 등을 담은 문서(확약서) 초안을 전달했다.

확약서 초안에는 별도의 계좌(에스크로 계좌)를 만들어 회사채 만기 전 미리 자금을 넣어두고, 이를 이행한다는 내용과 2019년 이후 대우조선을 다시 정밀 실사해 현금 흐름이 개선되면 회사채 조기상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이날 “만기 연장 회사채의 상환 이행 약속을 담은 문서(확약서) 초안을 산은 측에 전달했지만, 산은은 이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 이행확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기지 않은 문서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산은 측의 입장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며 투자위원회를 잠정 연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산은 측으로 받은 문서 등을 토대로 산은 측의 진위를 파악한 뒤 실무협상을 마무리하고 투자위원회를 열어 이날 중에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할 방침이었다.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오전 보도참고자료에서 “국민연금은 (산은과) 협상 결과를 고려해, (사채권자)집회 전에 투자위원회를 열어 채무조정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은 만기 연장 회사채의 상환 이행을 약속하는 내용의 문서 형식과 문안 등을 놓고 진통을 겪는 바람에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는 잠정 연기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확약서 초안에 대한 산은 측 입장을 검토하려면 물리적으로 투자위원회를 오늘 열기는 어렵다”며 “검토를 끝내야 이를 토대로 투자위원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위원회는 이르면 이번 주말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측 실무진은 전날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의 전격 회동 이후 계속해서 실무협상을 진행해 왔다.

전날 이 회장은 강 본부장을 만나 국민연금이 자율 구조조정안대로 대우조선 회사채 50%를 출자전환해주면 나머지 만기 연장분을 전액 상환하도록 하고, 이를 약속하는 문서 작성을 하겠다고 했다.

별도의 계좌(에스크로 계좌)를 만들어 회사채 만기 전 미리 자금을 넣어두고, 이를 이행한다는 확약서를 쓰겠다는 제안이었다.

에스크로 계좌는 출금이 제한되는 계좌로, 회사채를 상환할 자금을 대우조선이 다른 곳에 쓰지 못하도록 떼어 놓겠다는 일종의 ‘상환 보장 장치’다.

확약서는 일종의 각서로 국민연금이 요구했던 서면 보증보다 법적 강제성은 약하지만, 국책은행이 문서로 남기는 약속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있다는 게 산은 측의 설명이다.

산은은 이날 오전엔 2019년 이후 대우조선을 다시 정밀 실사해 현금 흐름이 개선된다면 회사채 조기상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제안을 추가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가입자의 손실을 조금이라도 최소화할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면서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오는 17∼18일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연장하는 채무 재조정을 마무리한 뒤 신규 자금 2조9천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대우조선은 일종의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