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사업주들 울산지법, 집행유예 판결…“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등 고려”

15m 높이에서 안전벨트 하나에 의지해 작업하다가 추락하고, 낙하물 위험이 있는 곳에서 안전망도 없이 일하다가 떨어진 돌에 맞고….

안전장치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작업자들에게 일을 시켜 숨지게 한 업체 관계자들이 잇달아 법정에 섰다.

근로자 A씨는 지난해 7월 울산 울주군의 한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공장동 벽면에 컬러시트를 붙이라는 작업 지시를 받고 높이 15m에 올랐다.

그에게 지급된 안전장치는 기둥 등에 묶어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해 줄 안전벨트 1개가 전부였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 발판을 설치하고, 기둥에 묶어 A씨의 하중을 지탱하는 줄이 풀리면, 다른 구조물에 묶여 있는 줄이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안전벨트를 A씨에게 착용시킨 후 작업을 시켰어야 했다.

A씨는 그러나 작업 발판 없이 보조 장치가 없는 안전벨트에 의지해 길이 9m, 너비 0.9m, 무게 70㎏짜리 컬러시트를 벽면에 볼트로 고정하는 작업을 하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근로자 B씨도 안전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장에서 일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B씨는 지난해 5월 경남 양산의 한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볼트를 조이는 작업을 지시받고 4.5m 높이에 올랐다.

하지만, 작업 발판은 없었고, B씨가 떨어질 것에 대비한 안전망도 설치되지 않았다. 안전벨트조차 없었다.

B씨는 맨몸으로 작업을 하다가 결국 추락했다.

근로자 C씨는 낙하물 위험이 있는 곳에서 작업하다가 변을 당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울주군의 한 정유회사 공사 현장에서 땅에 구멍을 뚫어 파일을 박는 작업에 투입됐다.

C씨가 맡은 일은 땅을 뚫는 천공기(스크루) 아래쪽 끝에 설치된 헤더를 교체하는 것이었다.

C씨가 작업을 하던 도중 갑자기 12.5m 높이 천공기 상부에서 약 4㎏짜리 전석이 떨어져 C씨를 덮쳤다.

C씨 머리 위에는 낙하물을 걸러줄 방지망이 없었다.

C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열흘 뒤 숨을 거뒀다.

사고를 당한 A·B·C씨는 모두 하청업체 근로자였다.

울산지법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들 사건의 하청업체 사장, 현장소장, 하청을 준 시공사 대표나 시공사 현장소장에게 금고 8개월 또는 징역 8개월에 모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일부 시공사 대표나 시공사 현장소장에게는 300만∼5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또 사고를 낸 회사 법인 각각에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사망한 것은 그 사안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일부 피고들에겐 사고의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모두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 측과 합의를 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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