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직무정지된 뒤 복권된 것…정부 해임 발표 문제”

김일성 생일 105돌을 기념한 북한군 열병식에서 대장 계급장을 단 채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낸 김원홍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인사를 받고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장면이 16일 포착됐다.

북한에서 지난 15일 진행된 열병식 영상을 보면 김정은이 행사가 끝나고 고위간부들과 인사하는 자리에서 김원홍을 보자 미소를 띤 채 왼손으로 가리키며 무엇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짧은 순간이어서 분명치는 않지만 김정은의 입 모양을 보면 “고생 많았다”고 말하는 듯하다. 김원홍은 부동자세에서 어찌할 줄 모르며 고개를 두어 번 숙였다. 그러나 김정은은 그와 악수를 하지는 않았다.

김정은이 김원홍 옆에 서 있던 김명식 북한 해군 사령관과 악수하자 김원홍은 김정은에게 거수경례를 한 뒤 곧바로 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멋쩍게 웃는 표정으로 지나가는 김정은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과 행동은 전반적으로 안절부절못하는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2월 “김원홍 국가보위상(국가정보원장 격)이 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된 뒤 해임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원홍이 북한군 열병식에 대장 계급장을 단 채 주석단에 등장하고, 김정은이 웃으면서 그에게 인사를 건넨 점 등을 고려할 때 김원홍이 보위상에서 해임된 것이 아니라 일시 직무정지 상태였다가 복권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 집권 이후 계급 강등과 복권, 직무정지는 많이 있었지만 해임된 인물을 직책에 재임명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실장은 “만약 북한 지도부가 김원홍을 해임하려고 했다면 굳이 대장(별 넷) 계급에서 소장(별 하나) 계급으로 강등시킬 필요 없이 계급장을 아예 박탈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김원홍이 해임됐다는 정부 발표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직무정지와 해임, 숙청에 대한 개념들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않고 섞어 써서 북한 정세 파악에 큰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도 정부는 멀쩡하게 살아 있는 리영길 전 총참모장이 처형됐다고 발표했다”며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을 강조하려는 정부의 발표는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어제 열병식에서 모습을 보인 김원홍의 직함과 직책이 북한 매체 등을 통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시 정부의 김원홍 해임 발표가 잘못됐다는 주장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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