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단계부터 지역민·예술인 참여
운영 경험 풍부한 전문경영인 채용
문화향유·교육·체험기회의 장으로

▲ 김대종 울산중구문화의전당 관장

우리나라 공공 극장 명칭의 변천사를 보면 1970년대 이전에 건립되는 공공 극장에는 시민회관이라는 명칭을 붙였고 그 이후에는 문예회관이라는 말을 사용하였으며 1985년 서울 예술의 전당이 들어서면서부터는 ‘예술의 전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극장이 늘었다. 의정부, 청주, 안산, 안동, 군산, 대전 등에 건립된 극장이 지역명과 더불어 예술의 전당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공공 극장이란 국비를 포함한 지자체 예산으로 건립한 극장으로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건립한 다목적 공연장 말한다. 2015년 기준으로 전국에 등록된 공연장이 991개로서 이 중에 문예회관이 229개가 된다. 2010년에 비해 공연장은 351개가 증가되었다. 이 중에 문예회관이 39개가 지어졌고 앞으로 점차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새로운 지역문화의 창달과 지역 문화예술 발전이라는 목적 하에 극장을 건립하지만 일부 목적과는 다르게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공연장만 지어 놓으면 지역의 문화예술이 발전할까. 얼핏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아주 큰 오산이다. 공연장만 잘 지어 놓으면 지역의 문화예술이 덩달아 쉽게 일취월장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문제가 있다. 공연장이란 일반 아파트나 빌딩을 짓는 것과는 다르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대극장, 소극장 등 극장 규모는 어떻게 결정할 것이며 이것에 맞는 무대기계, 조명장치, 음향기기 등 하드웨어는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관객을 위한 편의 시설은 무엇이 필요하며 서비스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이 모든 것들을 세세하게 따져 보고 고민해서 지어지는 것이 극장이다.

극장 건축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어떻게 극장을 운영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지역의 공공 극장을 하나 짓기 위해서 지자체 정부와 시공업체 그리고 지역 예술인을 포함한 지역 주민 이렇게 3자가 모여 지역 극장을 짓기 위한 준비를 협의한다. 지역에 필요한 자랑거리로서 제대로 된 극장을 짓기 위해 극장 규모, 운영 형태, 편리성, 그리고 수익성 등을 검토해서 결정한다. 이와 더불어 극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한다. 공공 극장은 공공성이 최우선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의 문화향수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주민의 창조적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문화예술의 체험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기본적인 예술 교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지역의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공공 극장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큰 역할들을 수행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결 되어야 할 몇 가지 과제들을 나열해 보고자 한다.

첫째, 비전 없는 극장 건립 계획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서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었듯이 지역의 공공 극장 건립은 계획 당시부터 그 지역의 문화예술인이나 문화예술의 실수요자인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있는 가운데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 지역 주민의 필요에 의해 건립되는 전문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또한 지역의 자랑거리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말하고 싶은 것은 공공 문화시설의 비전문적인 운영체계의 개선이다. 최근 들어 점차 전문성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한국문화회관연합회 자료를 보면 아직까지 많은 수의 공공 극장이 일반직 공무원들의 순환보직을 통해 경영의 책임자를 채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극장 경영은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또한 극장의 프로그래밍, 홍보마케팅, 교육 등도 전문 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극장 운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공공 극장에는 일반 행정의 전문가도 필요하고 극장 운영의 전문가도 필요하다. 성공하는 공공 극장을 위해서는 이 두 전문 조직의 상호 조화가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하고 싶다.

김대종 울산중구문화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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