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선관위-경상일보 공동기획 ‘선거와 희망’

▲ 신영식 울산시선관위 사무처장

“Yes, we can.” 지난 1월10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국민들에게 보낸 고별 연설구호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그는 앞으로도 어떤 위협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 나가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박수와 환호 속에 “4년 더! 4년 더!”를 외치는 수많은 청중들을 뒤로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손을 흔들며 아름답게 퇴장하는 버락 오바마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이에 반해 우리가 처한 정치적 현실은 미국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탄핵으로 인한 대통령 귈위로 우리 국민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이번 대선은 사실상 보궐선거다. 당선과 동시에 대통령 임기가 개시된다는 의미다.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처럼 전임자의 남은 임기동안 차분하게 사람을 뽑고, 현 정부가 펼쳐놓은 정책을 살펴볼 여유가 없다. 나라안으로는 일자리, 저출산, 가계부채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특히 탄핵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외적으로도 중국은 사드 배치를 빌미로 경제적 보복을 가하고 있고,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일본과는 위안부·독도 문제, 북한과는 핵과 미사일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것이 새로운 대통령이 마주하게 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다행히 이번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의 NYT도 “한국에서 최근 몇 달 동안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는 폭력없이 평화적으로 이뤄졌고 이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진화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신호이다”라고 평가했다. 시위 자체가 평화적이었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작동원리 중 하나인 ‘참여’에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시위기간 동안 시민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것을 언론에서는 ‘광장 민주주의’라고 불렀다. 사회모순을 내버려 두지 않고 직접 참여하여 해결하려는 적극적 시민의식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광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이제는 자신의 입장을 광장이 아닌 투표라는 공적인 행위를 통해 표출해야 한다. 투표는 국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치적 의사표현 방법이기 때문이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임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미래’에도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4월15일과 16일 이틀간의 후보자 등록기간을 거쳐 오늘부터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됐다.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후보자들은 표를 얻기 위해 과장된 공약으로 유권자를 유혹하려 들 것이다. 때론 분열을 조장하거나 상대 후보를 흠집 내는데 사활을 거는 후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후보들 때문에 혼란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다음 주부터 각 가정으로 선거공보가 발송되고 TV토론회를 통해 후보자를 비교·평가할 수 있다. 조금만 관심있게 지켜보면 어느 후보자가 대한민국의 앞날을 열어갈 실천 가능한 좋은 정책을 제시하는지, 어느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이 뛰어난지 알아차릴 수 있다. 자격을 갖춘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참여를 통해 희망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일, 나와 내 가족을 행복하게 만드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일, 대한민국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일,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선거다.

신영식 울산시선관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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