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양복 마크롱 호감…어두운 정장 르펜 강경노선 강조

▲ 프랑스 대선 후보들.

작업복 멜랑숑 노동자 포섭…피용·아몽 패션은 ‘자해’

혼전 양상이 거듭되는 프랑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후보들의 옷차림이 정치적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AP통신은 프랑스가 전 세계 화장품·패션산업을 선도하는 중심지라는 것을 고려할 때 후보들이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성향에 맞는 옷차림을 선보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이번 대선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에마뉘엘 마크롱.

자신에 걸맞은 적절한 옷차림으로 가장 이득을 보고 있는 후보는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이다.

현재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와 함께 양강으로 꼽히는 마크롱은 파리의 작은 양복점 ‘조나스 에 콩파니’의 350 유로(약 42만 원)짜리 양복을 주로 입는다.

마크롱이 저렴한 양복을 입는 데에 정치적 계산이 개입됐는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마크롱의 ‘소박한’ 면모는 후원자로부터 1만 3000유로(1500만 원)의 고급 양복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와 여러모로 비교되며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나스 에 콩파니’의 공동운영자인 장클로드 투불은 AP통신에 마크롱이 3년 전부터 자신의 양복점을 찾았다며 “우리는 고급 몽테뉴가 상점이 아니다. 양복의 가격은 평균 340∼380 유로(41∼45만 원)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마크롱의 정치적 계산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그는 몸에 약간 달라붙지만 젊음을 강조하는 양복점의 재단방식을 높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 마린 르펜.

르펜도 옷차림을 통해 자신의 성향을 제대로 드러내는 후보 중 하나다.

그는 남성 후보가 대부분인 이번 대선에 출마하자마자 금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성 양복 같은 어두운 계열의 정장을 주로 선택했다.

이런 르펜의 옷차림은 프랑스에 대한 위협을 유권자에 상기시키고, 안보와 이민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대변한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지난 2007년 프랑스 대선에 출마했던 여성후보 세골렌 루아얄은 르펜과 달리 밝고, 여성스러운 옷차림으로 관심을 끈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미지 컨설턴트인 발레리아 두스탈리는 “르펜은 자신의 권위적이고, 단호한 면모에 맞춰 보수적이고, 남성적인 스타일을 고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르펜은 감청색을 뜻하는 블루 마린(bleu marine) 색을 선호하는데 이는 르펜 정치캠페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 장뤼크 멜랑숑.

TV토론의 선전에 힘입어 마크롱과 르펜을 근소하게 뒤쫓고 있는 극좌파 후보 장뤼크 멜랑숑도 옷차림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능숙한 후보다.

멜랑숑은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으로 얼룩진 이번 대선에 매번 ‘노타이’ 차림으로 나타나 유권자들의 환심을 산다.

또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과 구소련의 스탈린 등 공산주의 지도자들을 연상시키는 인민복 스타일을 옷을 주로 입어 블루칼라 유권자들로부터 환호를 받는다.

스타일 컨설턴트인 에머리 돌리쥬는 멜랑숑이 언론에 나올 때마다 입고 있는 넓은 옷깃과 큰 주머니·단추가 달린 재킷을 가리키며 “이는 직장 유니폼을 파는 상점에서 산 노동자 작업복”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적절치 못한 옷차림으로 타격을 받은 후보들도 있다.

고급 양복 스캔들에 휘말린 피용과 안경을 빼는 것을 종종 잊어버리는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이 대표적이다.

▲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는 지난달 피용이 2012년부터 최근까지 한 후원자가 제공한 돈으로 총 4만 8500유로(6000만 원) 상당의 양복을 파리의 최고급 부티크에서 구입해 왔다고 폭로했다.

이에 애초 가족을 보과관으로 허위채용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피용은 프랑스 일반 시민들과 동떨어진 인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까지 뒤집어쓰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미지 컨설턴트 프랑크 타피로는 “피용의 문제는 그의 양복으로 압축할 수 있다”며 “그는 정직과 정치스캔들로부터의 자유를 약속했으나 정작 자신의 싸우던 이미지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종종 자신의 안경을 어디 뒀는지 모르겠다고 밝혀온 아몽은 대선후보 TV토론 후 문건을 읽을 때만 쓰는 독서용 안경을 벗지 않은 채 나타나 온라인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타피로는 “그는 언제나 안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이는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다”며 “사람들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엔 준비되지 않은 인물이라고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차 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프랑스 대선의 ‘안갯속’ 판세는 계속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소프라 스테리아가 지난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크롱과 르펜은 22%의 지지율을 얻어 공동 선두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무서운 속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멜랑숑이 20%로 2위권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3위를 차지했다.

피용은 19%로 멜랑숑을 1%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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